[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43) 채권가격과 이자율에 대한 오해
흔히 “이자율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채권의 가치평가와 우리나라의 번역 관행이 뒤섞인 표현으로, 어찌 보면 당연하고 또 어찌 보면 2% 부족한 표현이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이를 일반인에게 보다 친숙한 주식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주식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므로 “이자율이 상승하면 주식 가격은 하락한다”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물론 이자율이 시장의 할인율을 의미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위 표현을 주식에 응용한다면, “수익률이 상승하면 주가는 하락한다”가 적절한 표현이다. 이 말도 잘 이해가 안되면, “x는 y이다”를 “y는 x이다”로 바꾸어,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률은 상승한다”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도 이해가 어려우면 숨겨진 조건을 명시하여,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할 때,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 투자 수익률은 상승한다”로 말할 수 있다. 현대차의 수익성 등 다른 조건들이 변하지 않았는데 오늘 무슨 이유에서 주가가 하락했다면, 오늘 갑이 이 낮아진 가격으로 현대차 주식을 사면 (이전에 더 높은 가격으로 매수한 을의 투자 수익률보다) 갑의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를 다시 채권에 적용하면,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할 때,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채권 투자 수익률은 상승한다”가 된다. 이 말은 원래의 표현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쉽다. 이를 간략히 그리고 x, y의 순서를 바꿔 표현하면, “수익률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가 된다. 사실은 이런 의미로 “이자율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이자율은 채권에 대한 시장의 요구 수익률 즉 할인율(discount rate)을 의미한다. 채권에 대한 다른 내용들은 변하지 않았는데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투자 수익률이 상승한다면, 이를 충족시키는 유일한 길은 그 채권의 가격이 더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채권은 채권 보유자에게 만기 시 원금(par)을 지급할 뿐 아니라 매년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다. 후자를 영어로는 쿠폰(coupons)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이자 혹은 액면이자라 번역한다. 이 쿠폰을 우리나라에서는 “이자”로 번역을 해왔기에, “이자율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말이 혼선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 말에서의 이자는 채권의 액면이자(쿠폰)가 아닌, 채권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을 의미하는데 이는 영어로는 “market interest rates” 혹은 “yield”에 해당한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