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위기에 처한 지역 경제의 돌파구를 찾는다.

2006년 이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대에 갇혔다. 중국 성장 둔화로 2011년 이후 5년 만에 무역 1조달러도 무너졌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저성장의 덫이 옥죄어 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단순한 예산지출 확대와 재정 조기집행, 공공기관 투자 확대만으로는 지역 경제 회복과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경남의 신산업 발굴로 이어졌다.
['신산업 육성의 요람' 경상남도] 항공·나노융합부터 항노화·로봇까지…'경남 산업지도'가 바뀐다
경남은 그동안 조선산업과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이들 효자 산업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조선산업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저(低)유가로 ‘해양플랜트 수주 절벽’에 처해 있다. 기계산업도 세계 일류기술 비중이 38%에서 16%까지 떨어지는 등 중저가 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암울한 상황에서 경상남도는 항공우주산업과 나노융합, 해양플랜트, 로봇, 항노화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미래 성장가치를 찾고 있다. 경상남도는 올해를 5개 분야에서 신산업을 일으키고 속도를 내는 원년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경상남도는 항공우주·나노융합 국가산단의 인허가와 계획 승인신청 및 승인고시 등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도 연말까지 승인고시를 하고 내년에 보상과 착공에 들어가는 등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항공우주산업 육성은 진주·사천 지역에 3754억원을 투입해 165만㎡ 규모로 조성하는 항공우주산단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0년 산단이 들어서면 항공 관련 기업의 입주와 중소형 항공기 부품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출지원단 운영, 현장맞춤형 인력양성 등 지원 사업을 본격화한다.

밀양시 부북면 일원에는 165만㎡ 규모의 나노융합 국가산단도 조성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나노융합 생산 집적시설이다. 나노융합산업 중심지를 만드는 이 사업에는 33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020년 준공되면 경남의 미래를 바꾸는 데 나노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해양플랜트산업에는 2020년까지 1조2664억원을 투입한다. 거제시 사등면 사곡만 일원에 381만㎡ 규모의 해양플랜트산단을 만든다. 해양플랜트기자재 시험인증센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 등 R&D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로봇산업은 마산로봇랜드와 로봇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마산로봇랜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 반동리 일대 126만㎡ 규모로 조성한다. 7000억원을 들여 로봇 R&D센터, 로봇전시관, 로봇시험장 등 국내 최대 로봇산업 공공 인프라시설과 세계 최초 로봇테마파크, 호텔, 콘도 등 민간시설을 구축한다.

로봇비즈니스벨트는 올 8월 테스트플랜트 건축공사 착공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1283억원을 투입해 진행한다. 특수제조환경 로봇 기술개발을 위한 6개 과제와 R&D 사업, 공정연구 지원을 위한 테스트플랜트 구축 등이 이뤄진다.

항노화바이오산업은 기존 인프라에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2022년까지 5579억원을 투입해 서북부의 한방, 동부의 양방, 남해안의 해양 항노화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지금, 우리는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5개 분야 신산업만 제대로 정착시켜도 경남에서만 29조6222억원의 경제유발효과와 1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경남이 일으키는 신산업은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사업이 완료되는 2022년에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경남에 골고루 분포하게 되면 고급 일자리가 생기고 도민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