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계열사 첫 여성 CEO 박연정 에버온 대표 "전기차 사업 테스트베드 역할 하겠다"
LG그룹 계열사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박연정 에버온 대표(44·사진)의 별명은 ‘박 교관’이다. 2001~2005년 신입사원 입문 과정과 초임 임원 대상 리더십 과정의 강사를 맡았을 때 얻은 별명이다. 그룹 내 50여명의 사내 강사 가운데 몇 안 되는 여성이던 그는 때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임원에게 호통을 치고 때로는 신입사원을 누나처럼 다독이며 박 교관이 됐다.

박 대표를 지난해 12월 CEO로 선임한 에버온은 2013년 LG CNS에서 분사한 전기차 셰어링(시간제 렌터카) 회사다. ‘씨티카’라는 브랜드로 개인 대상 전기차 셰어링, 법인 대상 전기차 장기 렌트,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보유 전기차는 씨티카 200대, 법인용 150대 등 총 350대다.

박 대표는 LG CNS에 1995년 입사해 디지털 교과서 개발,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 등을 담당했다. 그는 “각종 사업을 발굴한 추진력과 그룹 신사업인 전기차에 젊은 여성이 잘 맞겠다는 경영진의 판단 덕에 CEO가 된 것 같다”며 “카셰어링 사업 확대와 그룹 신사업 지원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에버온이 그룹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전기차 사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버온은 전기차를 운행하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배터리 충전과 소모 효율 등 핵심 데이터를 카셰어링과 350대 전기차 렌털을 통해 수집하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LG화학과 신재생에너지, LG 전기차 충전모듈 등 핵심 부품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LG전자 등 계열사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그룹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인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구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LG CNS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와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LG화학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제너럴모터스(GM),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와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GM의 전기차 볼트와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에버온은 한국전력과 함께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전기차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전이 충전 인프라를 깔고 에버온은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중남미의 다른 국가와도 전기차 충전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기차만 다룬다는 특징을 활용해 제주도,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 친환경 특화 지역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