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동에 '고대 실리콘밸리'] 고층 아파트 대신 '지식문화밸리' 조성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11년 4월 고려대 앞 낙후된 상권에 고층 아파트 단지와 기숙사 등을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시가 발표한 계획의 이름도 ‘고려대 캠퍼스타운’이었다. 그러나 이름만 같을 뿐 내년부터 추진하는 캠퍼스타운과는 개념 및 대상 지역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시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선 5년 전 계획은 주민을 위한 고층 아파트 단지 건립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시는 용적률 249%가 적용된 최고 27층 높이의 아파트 10개동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인근에 2552㎡의 근린광장을 조성해 고려대 뒤쪽의 개운산과 정릉천을 연결하는 녹지축을 조성할 계획도 세웠다. 대상 지역은 고려대 정문 맞은편으로, 허름한 술집이 밀집해 ‘막걸리촌’으로 불리는 동대문구 제기동 136 일대 제기 5구역이었다.

하지만 당시 시의 이런 계획은 고려대 학생과 주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학생들은 고층 아파트가 조망권을 해치고, 주변 집값을 올려 학생주거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숙업에 종사하는 주민도 고층아파트 대신 하숙촌 영업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갈등이 계속되다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오 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시가 이번에 추진하는 계획의 핵심은 청년창업공간을 마련해 안암동을 지식문화밸리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갈등을 빚은 아파트 신축은 계획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캠퍼스타운 조성 지역에서 막걸리촌으로 불리는 제기 5구역을 뺐다. 시는 안암동의 대표 상권인 ‘참살이길’(인촌로24길·안암역~안암오거리)을 먼저 개발한 뒤 지역 주민과 협의해 제기 5구역 개발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5년 전에는 시가 독자적으로 계획을 추진했지만 이번엔 대학 및 지역 사회와 함께 캠퍼스타운 조성을 추진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시와 대학, 지역 주민이 모두 상생하는 전략을 펴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다른 대학 주변에 캠퍼스타운을 조성할 때도 대학 및 지역 주민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