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화장실 못가는 아이 방치하면 소아치질 된다
3월은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던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면서 환경 변화를 겪는 시기다. 이 때문에 복통 두통 등이 생기기 쉽다. 이런 증상을 또래 아이들이 흔히 겪는 ‘새학기 증후군’으로 생각해 가볍게 넘기면 소아치질로 악화될 수 있다.

변비 등 소아치질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들이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고 식이섬유를 적게 먹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어른은 항문 혈관과 점막이 늘어나 빠지는 치핵 환자가 많다. 아이는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이나 가려움증이 생기는 소양증이 많다. 신학기 단순 복통으로 오해해 지나치기 쉬운 소아변비와 항문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환경 변화 스트레스로 소아변비 생겨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아이가 제때 화장실에 가지 못하거나 낯선 배변습관 때문에 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것이 반복되면 소아변비가 생길 수 있다. 소아변비는 배변 횟수가 1주일에 2회 이하거나 단단하고 마른 변 때문에 대변 보기 힘들어하는 상태를 말한다.

변비 때문에 장시간 항문에 힘을 주면 항문이 밖으로 빠지거나 항문 점막이 찢어지기 쉽다. 찢어진 부위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대변을 보면 같은 부위가 지속적으로 찢어져 피가 나는 소아치질이 생긴다. 어린아이는 변비가 생겨도 정확한 의사 표현을 못하는 일이 많다. 부모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의 배가 팽창된 상태에서 복통을 호소하거나 상체를 뻣뻣하게 세우고 발끝으로 걷는 모습을 보이면 변비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민상진 메디힐병원 원장은 “소아변비를 예방하려면 평소 대변을 참지 않도록 하고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침을 거르면 위 대장 반사운동이 활발하지 않아 배변 황금 시간대를 놓칠 수 있다”며 “잡곡, 채소, 해조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아침식단을 챙겨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가렵다고 휴지 쓰면 항문소양증 악화

아이가 화장실에 다녀온 뒤 항문 주위를 계속 긁으면 ‘항문소양증’을 의심해야 한다. 항문소양증은 항문 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항문 주위가 가려운 질환이다. 미리 관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가려움증이 계속돼 만성 질환이 될 수 있다. 항문소양증 원인은 다양하다. 소아는 요충 때문에 가려움증이 생기는 일이 많다. 구충제를 먹도록 하고 증상이 낫는지 지켜봐야 한다. 배변한 뒤 따뜻한 물로 5~10분 동안 좌욕을 하도록 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라면 깔끔하게 뒤처리하는 습관이 잡히지 않아 배변 속 독소나 세균이 피부를 자극해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민 원장은 “항문소양증은 밤에 더 증상이 심해져 숙면을 방해한다”며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항문 주변을 긁어 염증이 생기거나 다른 항문질환이 추가로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가려움을 완화하려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장기간 바르면 피부가 얇아져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반드시 병원을 찾아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