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으로 기소돼 1심 징역 20년…거듭 무죄 주장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아더 존 패터슨(37)의 2심 재판이 시작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10시 중법정 312호에서 패터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패터슨은 올해 1월 29일 열린 1심 선고기일에서 유죄가 인정돼 검사의 구형량과 같은 징역 20년을 받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1심에서부터 패터슨을 변호한 오병주 변호사는 이달 중순 재판부에 항소이유서와 항소이유보충서를 제출해 패터슨이 무죄라는 주장을 다시 폈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는 패터슨 측이 항소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검찰도 이에 맞서 혐의 입증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양측은 1심에서 심리가 부족했다고 판단되는 증인이나 증거를 새로 신청할 수 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검찰보다는 판결에 불복한 패터슨 측이 새로운 증인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 초동수사에서 현장에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37)를 범인으로 지목한 검사 등이 다시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

지금은 변호사가 된 해당 검사는 1심에서도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나오지 않았다.

또 패터슨 측이 1심에서 줄기차게 무죄 증거라고 주장한 19년 전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다시 쟁점이 될 수도 있다.

이 거짓말탐지기는 당시 패터슨이 진실을 얘기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이미 이뤄진 증인신문이나 증거조사는 반복할 필요성이 없다며 배척할 가능성이 커 심리 기간은 4개월가량 걸린 1심에 비해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은 주로 1심의 법리 적용과 판단의 오류 여부, 양형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게 된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오후 9시50분께 이태원의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한국인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를 별다른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직후 현장에 함께 있던 친구 에드워드 리가 살인범으로 단독기소됐으나 1999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최종 선고받았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를 통해 패터슨을 진범으로 기소해 지난해 9월 미국에 있던 그를 국내로 송환했다.

검찰은 패터슨이 사건 당시 18세 미만이었기 때문에 '소년범을 사형이나 무기형에 처해야 할 때에는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새로 제출한 혈흔 분석에 따라 패터슨이 객관적 증거에 들어맞지 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리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패터슨이 진범이라고 결론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