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 통합이 노조 반대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두 공사는 내년 1월 통합 공사로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노조 반대로 재협상을 거쳐야 해 통합이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양대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메트로노조는 통합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추인받지 못했다고 29일 밝혔다. 두 노조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통합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서울메트로노조는 조합원 2625명 중 2336명(89.0%)이 투표했고, 이 중 1230명(52.65%)이 반대했다. 서울지하철노조에서도 반대가 과반이었다.

앞서 서울시와 두 공사 및 노조 집행부는 내년 1월 통합 공사 출범을 목표로 지난 1년간 협상한 끝에 15일 노·사·정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당시 노조 집행부는 노조 한 곳에서라도 반대가 과반이면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는 71.4%가 합의안에 찬성했지만 서울메트로 투표 결과에 따라 노·사·정 잠정 합의안은 무효가 됐고 노조는 통합 관련 협상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날 부결된 합의안에는 중복 인력 1029명을 5년에 걸쳐 감축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앞으로 4~5년간 퇴직하는 인력 4000명 중 중복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 감축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인력 감축에 노조 조합원들이 반대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통합 대신 현 상태 유지를 원하는 조합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서울시와 두 공사 및 노조는 재협상을 거쳐 수정된 통합안을 내놓아야 한다. 수정안에 대해 다시 노조 조합원 투표를 거쳐야만 통합을 재추진할 수 있다. 1년에 걸쳐 합의한 통합안이 부결된 파장이 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날 투표 결과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대현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아직까지 통합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31일 열리는 노·사·정 간담회에서 향후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