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장관 "특별 근로감독으로 엄단"

"빨리 적어. 주먹 날라가기 전에. 아저씨! 적으라고, 적으세요"

충남지역에 있는 삼성전자의 한 협력업체 영업부문 과장 A모(37)씨는 지난해 11월 회사 2층 회의실로 불려갔다.

이 회사 간부 3명은 40여분 간 A씨에게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며 폭언과 협박을 거듭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강제로 B씨의 안경을 벗기고 주먹으로 왼쪽 얼굴을 치는 등 윽박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두려움에 떨던 A씨는 당시 상황을 몰래 녹음해 경찰에 고소했고, 감금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피고소인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간 다툼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A과장을 해고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OLED기판 제조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해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강원도 중부권의 한 농협에서 근무하는 B모(30)씨는 2010년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했다가 주경야독 끝에 2011년 정규직 채용 시험에 합격했다.

2014년에는 같은 농협에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아기도 갖게 됐다.

임신 9개월인 지난해 5월 경영진은 이들 부부 중 한 명은 명예퇴직을 해야 한다고 넌지시 알렸다.

이를 거부하자 남편에게는 퇴사 압력이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출산 후 복귀한 B씨는 종전 업무였던 은행 업무가 아닌 정육 파트로 발령났다.

아기를 낳은지 백일밖에 안 됐는데 무거운 고기를 나르고 부위별로 썰어야 했다.

연말에 B씨는 은행 예금계로 발령났지만, 예금계 내 B씨의 자리는 없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 전무 사무실 앞 빈 의자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연합뉴스에 이를 제보한 B씨의 동료 직원은 "열심히 공부해서 정규직 채용 시험에 합격한 사람인데, 출산 후 복귀하자마자 그만두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농협 관계자는 "명예퇴직 신청을 전반적으로 받다 보니 B씨에게도 퇴사를 권유하게 됐다"며 "예금계에 자리가 없어 축산파트로 발령냈을 뿐이며, 예금계에 복귀시킨 후에는 신규 직원을 교육시키는 임무를 맡겼다"고 해명했다.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벽쪽 사물함만 바라보게 한 ㈜두산모트롤,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 '슈퍼 갑질'이 잇따르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28일 "모욕적 인사관리 등이 사실이라면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관행"이라며 "지방 노동관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있으며, 불공정 인사 관행 등을 수시로 기획 근로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자리는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마지막 보루로, 강제적인 명예퇴직 등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경영진은 인격적으로 근로자를 대우하고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드는 데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