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집에서 빠져나와 옆집 피신…112 신고
피의자 정신과 치료 전력…인질강요 혐의 영장 방침

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간 20대 남성이 이 여성의 새 남자친구에게 흉기를 들이밀고 5시간 넘게 인질극을 벌이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인질로 붙잡힌 20대 남성은 경찰에 구조됐지만 피의자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복부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께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에서 A(23)씨가 흉기를 든 채 헤어진 여자친구 B(20)씨의 남자친구(22)를 위협했다.

B씨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A씨를 밀치고 현관문을 빠져나와 옆집으로 몸을 피했다.

이후 "전 남자친구인 A씨가 흉기를 들고 행패를 부린다"며 112 신고했다.

A씨는 B씨의 집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위협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한동안 B씨와 교제하다가 헤어졌으며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즉각 빌라 건물에 특공대와 강력팀 등 경찰관 40여명을 투입해 빌라 현관문 앞에서 A씨와 5시간 넘게 대치했다.

A씨는 경찰 위기협상팀에 "집 안에 들어오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겠다"고 위협하며 "조금 뒤 스스로 나갈 테니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대치 과정에서 A씨는 경찰에 담배를 달라거나 현관문 밖에서 조용히 해 달라는 등의 요구도 했다.

소방당국은 빌라 건물 밖에 공기 매트를 설치해 투신에 대비했다.

A씨는 인질극을 벌인지 5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께 현관문을 스스로 열고 나와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계획적인 범행이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발적이었다"고 짧게 답했다.

또 "왜 문을 열고 나왔느냐"는 물음에는 "내가 잘못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한 직후 빌라 내부로 들어가 인질로 붙잡힌 B씨의 새 남자친구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이 남성은 A씨가 이날 오전 집 안으로 밀고 들어올 당시 몸싸움을 벌이다가 주변에 있던 어항이 넘어지며 깨진 유리조각에 복부를 찔렸다.

경찰은 A씨가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조만간 인질강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흉기를 들고 자해를 시도하고 다른 남성을 위협하는 상황이어서 강제 진압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최은지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