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를 판단하는 힌트가 되는 정보라도 그 내용이 모호하면 미공개 정보로 분류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이진만)는 지난 25일 H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4명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이들이 미공개 정보와 관련된 부당행위를 했다며 H사에 징계를 요구해 정직 3개월 등의 처벌을 받도록 했다.

H사의 펀드매니저인 A씨는 2013년 6월 G게임업체 재무실장인 지인에게서 모바일 메시지를 받았다. “혹시 G사 주식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마침 A씨는 1주일 전 회사 회의에서 G사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참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A씨는 동료 직원 3명과 이 사실을 공유하고 이틀 동안 G사 주식 3만1781주를 팔았다.

이들이 주식을 처분한 직후 G사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97만여주를 유상증자하겠다고 공시했다. 발 빠른 처분 덕분에 A씨 회사가 운영한 펀드들은 8억여원의 손해를 피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행위가 미공개 정보에 의한 부당행위라고 판단해 H사에 A씨를 비롯한 4명 등을 징계하도록 요청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