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분명…철저히 창문 단속·귀중품 별도 보관해야"

'24시간 신속한 출동, 철통보안, 업주 분들 안심하세요.'

보안업체들이 고객을 유치하려고 사용하는 단골 문구다.

여기에 첨단장비를 자랑하는 문구가 붙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절도사건을 보면 이런 문구들이 무색해진다.

보안업체의 늑장 출동과 무대응 등은 '철통보안'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 보인다.

지난 9일 오전 5시께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전자제품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

절도범 송모(53)씨는 가게 대형유리를 망치로 깨 구멍을 만들고 45만원 상당의 텔레비전을 훔쳐 달아났다.

이 가게는 한 보안업체에 가입돼 있었지만 업체 요원은 아예 출동하지 않았다.

외부 충격은 감지됐지만 송씨가 구멍에 상체만 밀어 넣어 물건을 훔쳐 내부 열 감지기에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씨는 보안업체의 이런 약점을 파악, 2∼3월 한 달간 수도권 일대에서 5차례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다.

결국 가게 관계자들은 출근해서야 깨진 유리와 없어진 물건을 보며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

도둑이 느긋하게 사무실을 뒤지다 사라진 후에야 출동하는 늑장대응 사례도 있었다.

지난 2월 3일 새벽, 의정부의 한 2층 상가에 있는 사무실에 상습 절도범 김모(39)씨가 몰래 들어왔다.

김씨는 사무실 이곳저곳을 뒤지며 약 30분 동안 금품을 챙겼다.

사무실 내부 움직임을 감지하는 방범용 카메라에도 김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보안업체는 김씨가 현장을 떠나고 한참 후에야 출동했다.

보안장치까지 달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인력적 한계와 업계 관행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상업시설 보안은 문이나 창문 등의 진동을 감지하는 외부 충격감지, 내부 움직임을 포착하는 열감지, 출입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감지하는 출입감지 등으로 수행된다.

그런데 충격감지는 강한 바람에도 작동할 수가 있으며, 열 감지도 물건이 떨어지거나 쥐가 돌아다니면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인력으로 이런 경보가 울렸을 때 일일이 출동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니 관행상 출입감지 이상 외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열감지, 충격감지가 경보가 울려도 10건 중 9건이 별일 아니다 보니 그냥 넘어가거나 출동 없이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도둑이나 강도 등이 대부분 출입문이 아닌 창문으로 침입한다는 점도 보안업체를 머쓱하게 만든다.

출입감지기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한정된 인원이 넓은 지역을 관리하다 보니 야간에는 출동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보안업체의 고질적 고민거리다.

경찰 관계자는 "보안업체와 장비가 범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조기에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등 효과가 있지만 이 조차도 상습범들에게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며 "한계가 분명한 만큼, 보안업체에 가입했다고 안심하지 말고 창문 단속을 철저히 하고 귀중품은 금고 등에 별도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jhch79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