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오른쪽)이 은행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상담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오른쪽)이 은행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상담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저도 상고를 나와 낮에 일하고 야간대학에 다니며 꿈을 키웠습니다. 저와 비슷한 학생들을 보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내년부터는 현장에서 고졸 인재들을 채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 행사에 참석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1만5000여명의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9월 행장이 된 그는 올해 잡콘서트에 처음 참석했다. 함 행장은 강경상고 졸업 후 서울은행에 입행해 일하다가 야간대학(단국대 회계학과)에 들어가 은행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학력에 관계 없이 인성과 학습능력이 우수한 인재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내년 행사부터는 KEB하나은행도 우리·국민은행처럼 잡콘서트 현장채용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함 행장은 행사장을 둘러보다 예정에 없던 학생 면담을 했다. 그는 KEB하나은행 상담 부스를 찾은 학생에게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하더라도 꿈을 갖고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격려했다.

올해 처음 현장채용을 시작한 국민은행 부스에는 400명이 넘는 학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면접 대기 줄이 길어 오래 기다렸는데도 학생들은 면접관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오택 국민은행 인사팀장은 “올해 처음 한 현장채용인데 ‘예전에 우리 세대가 입행할 때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인재들이 몰렸다”며 “현장채용 인원은 10명 정도로 한계가 있지만 면접 기회를 모든 학생에게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준비한 답변을 외워서 풀어놓기보다는 예비 은행원으로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인재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학생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3년째 현장채용을 진행하는 우리은행의 이광구 행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직접 면접관으로 나섰다. 인천 문학정보고 3학년 백지원 학생을 면접한 이 행장은 전공과 교외활동을 꼼꼼히 물었다. 피겨스케이팅을 오랫동안 했다는 학생의 말에 운동을 한 경험이 은행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우리은행 면접을 본 서울 선일이비즈니스고 3학년 김소이 양은 “우리은행에 들어가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은행장님이 직접 찾아 격려해 그 꿈이 더욱 커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성화고의 취업 지도교사들은 고졸인재 잡콘서트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매년 행사에 참석한다는 이수경 인천 영화관광경영고 교사는 “잡콘서트에 한 번 와본 학생들은 돌아가서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며 “일선 지도교사 입장에선 참 고맙고 의미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황현아 서울 신정여자상업고 교사는 “잡콘서트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교사들에게도 정보를 얻고 더욱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2016 대한민국 고졸인재 Job Concert] 은행장들 직접 면접 "열정 가진 우수 인재에 기회 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