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보육원 유치원 기록이 마지막 진실…이후 4년여간 거짓 기록뿐

친모에게조차 구박과 학대를 받다 4살의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안모 양은 살아 있다면 오는 8월 만 9살의 꼬마 숙녀가 된다.

하루도 학교에 간 적은 없지만 안양은 청주의 모 초등학교 학적부에 초등학교 3학년생으로 올라 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구박받던 안 양은 2011년 12월 친모의 가혹행위 끝에 죽임을 당했지만 공문서 상으로는 여전히 '산 사람'이다.

의붓아버지인 안모(38·구속)씨와 친모 한모(36·지난 18일 자살)씨가 딸의 죽음을 숨겨 왔기 때문이다.

서류상 안 양의 서류상의 삶은 죽임을 당한 후에도 4년이 넘게 이어져 왔다.

안 양이 친모의 손에 이끌려 수용됐던 아동보육시설 문을 나선 것은 2011년 4월 30일이다.

이때까지 안 양은 이 시설의 병설 유치원을 다녔다.

이것이 안양과 관련한 마지막 실제 기록이었다.

그해 12월 숨진 이후 안 양의 기록은 모두 거짓으로 채워졌다.

안씨 내외는 안양을 숨지게 해 암매장한 이듬해인 2012년 청원군에서 청주시로, 2014년 다시 청주의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다.

안씨 부부는 이사할 때마다 안 양이 살아 있는 것처럼 주민등록 전입·전출 신고를 했다.

지금도 현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는 사망 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아 안 양은 여전히 동민으로 남아 있다.

안 양은 2014년 3월 청주의 한 초등학교 학적부에도 이름을 올렸다.

취학 통지서를 받은 친모인 한씨가 학교를 찾아가 안 양을 입학시키겠다고 거짓말을 하자 학교 측이 사실로 받아들여 안 양을 입학시킨 것이다.

가혹 행위로 숨진 딸의 시신을 유기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서였지만 서류상 안 양은 작년 2학년을 마쳤고, 새학기 시작으로 이번 달에 다시 3학년에 올랐다.

안씨 내외는 다만 안양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꾸며놓고도 양육 수당은 욕심내지 않았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는 자녀를 둔 가정은 양육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안씨 부부가 안양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도 이 수당 신청을 포기한 것은 당국이 현장 실사를 나오게 될 경우 범행이 들통났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원히 은폐될 것 같았던 안양의 죽임은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한 교육 당국의 전수조사가 이뤄지며 5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밝혀졌다.

안씨 부부의 은폐로 안 양은 죽임을 당하고 나서도 서류상으로는 5년이나 거짓 인생을 산 셈이 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안 양의 계부나 친인척이 사망 신고를 해야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안 양의 호적을 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