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 길어져 20대 후반 돼서야 실업자 대열에

최근 20대 후반 실업자가 늘어난 것은 취업 준비를 하다가 뒤늦게 경제활동에 뛰어든 청년층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스펙을 쌓느라 대학 졸업을 미루다가 취업 시장에 뒤늦게 발을 들여놓지만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대 후반(25∼29세) 고용 지표는 급격히 악화됐다.

1월 20대 후반 실업자는 2만8천명 증가했고 대학 졸업 시즌인 2월에는 무려 8만명 늘었다.

20대 후반과 달리 20대 초반 실업자는 1월과 2월에 각각 6천명, 9천명 감소했다.

20대 초반 실업자가 감소하고 20대 후반 실업자가 늘어난 것은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에 남아 있거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머물러 있다가 20대 후반이 돼서야 경제활동에 뛰어든 청년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2월 기준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20대 초반에선 감소하고 20대 후반에선 증가했다.

1월 2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9%로 전년 동월보다 0.3%포인트 감소했는데 20대 후반은 75.3%로 1.2%포인트 증가했다.

2월에도 20대 초반은 51.8%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줄었고 20대 후반은 77.5%로 전년보다 2.1%포인트 높아졌다.

20대 후반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충분하지 않았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자 일자리를 찾지 못한 20대 후반 청년층은 그대로 실업자가 됐다.

일자리 상승 사다리가 없어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부담도 20대들의 취업 시장 진출을 늦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직원으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경우 경력을 쌓은 뒤에도 정규직이 되거나 대기업으로 이직하기가 매우 어려워 처음부터 좋은 직장에 가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학 졸업 이후 2년째 대기업 취업을 준비중인 김 모씨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차근차근 옮겨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취업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를 전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안정적인 직장일수록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20대 초반에는 더욱 좋은 스펙 만들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할 의사가 있고 일할 수 있지만 구직 활동을 하지 않거나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을 하고도 조사대상주간에 취업이 불가능한 20대 초반 잠재 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28만6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고용지표의 경우 계절적 요인이 많아 한두 달 지표로는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상반기 대졸 정규 신입직 채용을 진행하는 86개사의 채용인원은 9천403명으로 작년보다 4.8%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중 구조로 이뤄졌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할 사다리가 없다"면서 "이 때문에 청년들이 사회생활 처음부터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등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3∼5년씩 취업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일자리 상승 사다리 문제를 해결해야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지만 청년들이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며 "좋은 일자리를 청년들이 알 수 있도록 정부가 한시적으로라도 일자리를 연결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