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정신적 충격' 더 컸을 것…정당행위"

딸의 불륜 사실을 자신의 남편에게 폭로하려는 여성을 폭행한 60대 아내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의 '육체적 상처'보다 딸 부모가 받을 뻔한 '정신적 충격'이 컸을 것으로 판단해 폭행을 '정당한 행위'로 인정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3월21일 새벽 6시께 이모(62·여)씨의 집으로 안모(36·여)씨가 찾아오면서 발생했다.

안씨는 자신의 남편 A씨와 이씨의 딸 B씨가 불륜관계라며 이를 따지고 들었다.

안씨는 A씨와 B씨가 성관계를 하면서 찍은 사진도 증거로 갖고 있었다.

사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이씨는 "나중에 당신의 남편 A씨와 함께 만나 다시 얘기하자"며 안씨를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안씨는 B씨의 아버지인 이씨의 남편에게도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버텼다.

이씨와 안씨의 승강이가 벌어졌고, 소란에 놀라 잠을 깬 이씨의 남편이 "무슨 일이냐"며 안방 문을 열고 나올 때였다.

이씨는 안씨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안씨의 입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서 등을 밀고 발로 걷어차며 집에서 내쫓았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은 안씨는 이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고, 이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김대규 판사는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이씨가 안씨를 때려 다치게 한 것을 모두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안씨를 폭행한 정도는 중하지 않고 시간도 짧았지만, 안씨의 행위로 피고인 부부가 받을 정신적 충격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의 폭행을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김 판사는 이어 "이씨가 안씨의 폭로행위를 저지하려고 다소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겨를이 없었던 점이 인정된다"며 "사회규범 측면에서 봤을 때 폭행에 정당성이 있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