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합병을 앞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내부자들이 법정에 선다. 비상장 우량 회사의 자금 조달과 상장을 위해 세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가조작이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화장품 기업 콜마BNH의 재무담당 상무 김모씨(45)와 콜마BNH 우회상장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누설한 미래에셋증권 부장 이모씨(43) 등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다른 직원 9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콜마BNH의 우회상장을 추진하던 2014년 7월부터 8월까지 관련 정보를 누설하거나 주식 거래에 이용해 67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3월 한국콜마홀딩스는 계열사인 콜마BNH의 기업공개가 어려워지자 그해 4월22일 세운 미래에셋제2호스팩과 합병시켜 우회상장하기로 했다. 해당 스팩은 7월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됐고 8월25일 콜마BNH와 합병에 성공했다. 합병 결의가 공시되자 스팩의 주가는 7월23일의 시초가 2000원보다 6배 이상 폭등했다.

콜마BNH 상무 김씨 등 임직원 8명은 합병 정보를 이용해 2014년 7~8월 주식을 사고팔아 7억5000여만원을 챙겼다. 김씨는 스팩 주식 3만여주를 미리 사들였다가 합병 발표 후 팔아 2억2000만원의 차익을 냈다. 미래에셋증권 부장 이씨는 합병 사실을 경영 상담 업체인 구루에셋 대표 윤모씨(43·구속 기소)에게 누설했고 윤씨는 55억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