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관리 시스템 '무작동' 문제점 드러낸 방증…교육부 "매뉴얼 철저히 시행"

19일 청주에서 30대 부부가 네 살배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아동학대 범죄의 끝이 어디일까 하는 충격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끔찍한 범죄들은 교육부가 지난해 말부터 전국 모든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장기결석 및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전수조사가 아니었다면 이 범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만시지탄'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이는 전수조사 전까지 아동 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무작동' 상태나 다름없었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2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아버지로부터 학대받다 맨발로 탈출한 11세 소녀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미취학 아동 전수조사가 시작된 이래 끔찍한 학대 사건이 드러난 것은 올들어 벌써 다섯번째다.

1월 인천에서 장기결석 초등생이 아버지에게 학대받다 숨진 뒤 시신이 훼손된 상태로 냉동실에서 발견된 데 이어 2월 초에는 부천에서 장기결석 여중생이 역시 목사 아버지의 학대 끝에 숨진 뒤 백골 상태로 발견돼 경악케 했다.

또 같은 달 경남 창원에서는 큰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혐의로 친모 박모 씨가 구속됐고, 이달 초에는 평택에서 계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아 숨진 신원영 군 사건으로 충격을 줬다.

19일 청주에서 경찰에 구속된 계부 안모 씨도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욕조에 방치했던 딸이 숨지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모 한모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다섯 건 가운데 인천과 부천, 창원 사건은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로, 평택 신원영 군과 청주 네 살배기 여아 사건은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한 달간 전국 5천90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장기결석 아동 현황을 전수조사한 데 이어 2월부터는 전수조사 대상을 미취학 아동과 중학생으로까지 확대했다.

학생의 안전이나 소재가 사흘 이상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매뉴얼도 새로 만들어 배포했다.

교육부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한 미취학 아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 갈 연령이 됐는데도 가지 않은 학생은 3월1일 현재 초등생이 6천694명, 중학생은 98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소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286명에 대해 경찰 협조를 요청해 267건은 소재와 안전을 확인했고 나머지 19건은 조사가 아직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렇듯 세상에서 잊힐 수 있었던 실종 아동들의 실상이 전수조사와 매뉴얼 개정에 따른 학교 현장의 신속한 대처로 속속 드러나게 됐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학교 아동 관리 시스템이 그동안 얼마나 형식적으로 존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인천 맨발 소녀 사건이 아니었다면 정부가 전수조사나 매뉴얼 개정과 같은 시스템 개선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18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매뉴얼이 보다 일찍 시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부총리는 "지금부터라도 매뉴얼을 철저히 시행하고, 취학연령에 속하지 않는 유아 관리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적용할 매뉴얼도 추가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