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희귀 소나무 횡령' 벌금 700만원…"사업부실은 없었다" 결론

주요 문화재 복원의 권위자인 신응수(74) 대목장(목수)이 광화문 복원 과정에서 고가의 희귀 소나무를 빼돌린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는 신 대목장에게 형법의 업무상 횡령과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대목장은 2008년 3월 말 광화문 복원용으로 문화재청이 공급한 최고 품질의 소나무 26그루 가운데 4그루(시가 1천1천98만원)를 빼돌려 자신의 목재창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빼돌려진 소나무는 직경 70㎝가 넘는 대경목(大莖木) 금강송이다.

백두대간의 맥을 잇는 강원도 양양 법수치 계곡 등에서 벌채한 것으로 궁궐 복원에 요긴하게 쓰이는 재목이다.

문화재청은 해당 목재를 광화문 복원 사업의 특정 부분에 사용하도록 지정했다.

하지만 신 대목장은 임의로 이 목재 대신 자기 소유의 우량목을 광화문 복원에 썼다.

신 대목장은 검찰 조사에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 대경목을 잘라 사용하는 것이 아까워 향후 궁궐 기둥 복원 등에 있는 그대로 쓰자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신 대목장은 2년 전 경찰 조사 때에는 "목재 재질이 좋지 않아 갖고 있다가 버리려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올 2월 현장검증을 통해 해당 목재의 품질을 확인하자 목재를 바꾼 경위를 실토했다.

검찰은 다만 신 대목장이 사용한 대체 목재도 문화재 복원에 적합한 우량목이라 광화문 복원 사업 자체가 부실화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 대목장은 경복궁 소주방(조선시대 임금 수라상이나 궁중 잔치음식을 마련하던 부엌)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자 돈을 주고 문화재 수리 기술자 2명의 자격증을 빌린 혐의도 있다.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은 특정인이 2개 이상의 문화재 복원 공사에 동시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당시 숭례문 복원 공사를 진행하던 신 대목장은 경복궁 소주방 복원에 참여할 수 없었다.

검찰은 신 대목장의 실정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그가 빼돌린 소나무 4그루를 모두 환수한 데다 해당 범죄로 실제 얻은 이득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약식 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또 숭례문 복원 공사에 쓰고 남은 국민기증목 140본(시가 1천689만원)을 문화재청에 반납하지 않고 다른 곳에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신 대목장의 조수 문모(51)씨도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경찰은 애초 신 대목장이 해당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고 검찰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 대목장이 대경목 쓰임새만 직접 감독하고 나머지 목재는 부편수인 문씨가 독자적으로 총괄 관리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외에 회사자금을 횡령한 시공사 대표와 문화재 수리 자격증을 빌려준 기술자 등 13명도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다.

경복궁·광화문 복원 사업 때 문화재수리업체 등으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문화재청 공무원들은 계속 수사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