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졸업생 '여풍'…1~3위 독식
경찰대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일고 있다.

18일 열린 경찰대 제32기 졸업생과 제64기 간부후보생에 대한 합동 경위 임용식에서 경찰대 출신 성적우수자 1~3위를 모두 여성이 차지했다.

전체 수석에게 주는 대통령상은 조민지 경위(23)에게 돌아갔다. 조 경위는 1993년 첫 여자 수석 졸업생 배출 이후 경찰대 역사상 아홉 번째 여자 수석 졸업자다.

경북외국어고를 졸업하고 재수 끝에 경찰대에 입학한 조 경위는 학업 성적뿐만 아니라 홍보단, 학보사, 총학생회, 699시간의 국내외 봉사 등 활발한 활동으로 교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중학생 때 경찰 도움으로 술에 취한 사람을 피해 안전하게 귀가한 적이 있는데 이때부터 경찰을 꿈꿨다”며 “친구처럼 따뜻하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합격한 조 경위는 석사 과정을 마치고 2년 뒤 실무에 배치될 예정이다.

2위와 3위에게 주는 국무총리상과 행정자치부 장관상도 각각 여성 졸업자인 양지애 경위(23)와 장세경 경위(23)에게 돌아갔다. 이번 졸업생 116명 중 여학생이 12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경찰대에 불고 있는 여풍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여경이 경찰대 졸업 성적 1~3위를 차지한 것은 역대 세 번째다. 2002년 18기와 2006년 22기에서도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여경이었다.

간부후보생 대통령상은 국민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김도훈 경위(29)가 받았다. 김 경위는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해 큰 공적을 쌓는다’는 뜻에서 지어진 내 이름처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간부후보생 2위와 3위는 각각 건국대 미생물학과에 다니는 이윤성 경위(25)와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출신 박근국 경위(27)가 차지했다. 여경으로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박혜림 경위(27)는 4위로 경찰청장상을 받았다. 이날 경위 계급장을 달고 경찰관으로 임용된 간부후보생은 남성 45명, 여성 5명으로 총 50명이다.

이 밖에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할아버지가 경찰인 간부후보생 박인석 경위(29), 각종 통일 관련 논문 공모전에서 입상한 경찰대 출신 여경 임혜민 경위(24), 프리랜서 영어번역가 출신인 간부후보생 이민혁 경위(31) 등 이색 졸업자도 여럿 배출됐다.

이날 임용식은 경찰대가 지난 1월 경기 용인시에서 충남 아산시로 이전한 뒤 간부후보생과 함께 치른 첫 합동 졸업식이다. 지난해에는 용인 경찰대에서 합동 임용식이 열렸다. 간부후보생들은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1년간 교육받고 경위로 임용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