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 이수지 씨 "그림책은 종합예술…상 받은 기분"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밀어주시니 벌써 상을 받은 기분이에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그림책 작가 이수지 씨(사진)는 18일 프랑스 파리도서전 한국전시관에서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안데르센상 후보에 한국인 작가가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자는 오는 4월4일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발표된다.

2년마다 수여되는 안데르센상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한 작가의 오랜 작업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주는 일종의 공로상이다. 앤서니 브라운과 에리히 케스트너, 토미 웅거러 등 유명 아동도서 작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이씨는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왜 나일까’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수상 기준에 ‘그림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란 항목이 있던데 그나마 그 부분에 해당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거울 속으로 등 여러 작품으로 아동 그림책 분야에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미국 작가 버나드 와버와 함께 펴낸 아빠, 나한테 물어봐는 뉴욕타임스 선정 ‘2015 주목할 만한 도서’에 뽑혔다.

그는 “그림책은 종합 예술”이라며 “최대 16장, 독자는 어린이라는 제한 조건이 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방식을 어른이 좋아할 수 있지만 이상하게 그 반대는 안 된다”며 “아이들이 푹 빠져들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파리=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