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조카 배 걷어차 숨지게 한 20대 이모도 '거짓 진술'
유족 조사 때는 "급체했다"…부검 결과 들이밀자 '실토'


3살짜리 조카를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20대 여성이 초기 변사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애가 급체했다"며 뻔뻔하게 거짓말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폭행치사 혐의로 16일 긴급체포된 A(27·여)씨는 전날 오후 4시께 조카 B(3)군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

언니(34)의 부탁으로 2013년 말부터 조카 5명을 돌봤지만 유독 셋째 B군이 말을 듣지 않아 미웠던 탓이다.

5차례에 걸친 A씨의 발길질에 B군은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의식까지 잃었다.

당황한 그는 조카를 업고 동네 의원으로 달려갔지만 "상태가 좋지 않으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만 들었다.

A씨가 폭행 후 1시간여 만에 김포의 한 종합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조카는 숨이 멎은 상태였다.

경찰은 오후 5시 30분께 병원 관계자의 변사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영안실 앞에서 경찰관을 만난 A씨는 조카의 사망 경위를 묻는 말에 "애가 갑자기 놀라 배가 아프다고 했다"며 "급체 증세를 보여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죽었다"고둘러댔다.

경찰은 A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검안 결과 B군의 좌측 이마와 우측 광대뼈 등 몸 여러 곳에서 멍이 발견됐다.

또 생식기와 좌측 팔꿈치 피부 일부가 까져 있었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경찰은 곧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고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경찰이 1차 구두소견을 토대로 다음날 A씨를 다시 불러 추궁하자 그제야 "미워서 때렸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17일 오후 폭행치사 혐의로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가해자들은 보통 초기 경찰 조사에서는 거짓말로 일관하다가 적절한 알리바이를 만들지 못하거나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 자백하는 패턴을 보였다.

7살 신원영 군을 잔인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계모(38)도 초기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아이가 가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계속된 추궁에 "지난달 20일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 버리고 왔다"며 "장소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경찰을 또 속였다.

이 거짓말로 민·관·군·경이 총동원돼 대대적인 실종자 수색 작전이 펼쳐졌지만 원영군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색과 동시에 신용카드 사용 내용을 확인했고, 지난달 14일 원영군의 계모가 남편과 함께 시아버지 묘소 근처 슈퍼에서 막거리와 초콜릿 등을 산 사실을 파악했다.

그녀는 계속된 경찰의 추궁에 더는 알리바이를 대지 못하고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자백했다.

신용카드 사용내역 추적으로 아동학대 피해자의 사망 날짜가 바뀐 일도 있었다.

초등 1학년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장기간 냉장고에 유기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유기 사건'의 C(2012년 사망 당시 7세)군 어머니 D(33)씨는 경찰에서 아들의 사망일을 '2012년 11월 8일'이라고 줄곧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당시 부부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추적했고,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 사망 시점 2∼3일 전에 부부가 시신훼손에 쓸 만한각종 도구를 대형마트에서 산 사실을 파악했다.

이 사실을 토대로 추궁하자 D씨는 "아들이 사망한 건 11월 3일이 맞다"고 털어놨다.

사망일이 변경됨에 따라 당시까지 사체훼손·유기 등의 혐의만 받던 D씨에게도 살인죄가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살인죄 적용 등 사법기관의 엄벌 방침에 학대 가해자들이 거짓말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프로파일링이나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 수사기법의 발달로 결국 자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포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