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위조해 무단반출…시중 반 값으로 유통시켜
관리시스템 허술, 조직적·광범위한 범행

수년간 시험용 타이어 6천여개를 빼돌린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타이어를 무단으로 빼돌린 혐의(특수절도 등)로 금호타이어 운송 담당 직원 임모(28)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서류를 위조해 타이어를 무단 반출하고 판매한 혐의로 운송 직원 5명, 연구원 4명, 업주 10명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4년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시험용 타이어 6천600여개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시험용 타이어 반출을 위해 필요한 서류(지출증)를 위조하거나, 테스트를 위해 전남 곡성이나 경기 용인의 연구소로 보내는 것처럼 위장해 타이어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빼돌린 타이어는 시중 가격의 절반 값으로 타이어 판매업체나 장물업자에 판매됐다.

이들이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만 21억원에 이르며, 이 돈은 승용차를 구입하거나 유흥비로 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씨 등 운송 담당 직원들은 시험용 타이어 외부 반출을 위해 필요한 연구원 명의의 지출증을 위조, 20억원 상당의 타이어를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용 타이어를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시험 목적을 기재한 연구원 명의의 지출증이 필요한데, 이들은 손쉽게 지출증을 위조했고 공장에서 타이어를 빼내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금호타이어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명의로 작성한 지출증만 있으면 시험용 타이어를 손쉽게 외부로 반출할 수 있는 점을 악용, 저렴한 가격에 중고사이트에 올리거나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겨 1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생산된 타이어 일부는 시험용으로 이용되며, 시험을 거친 타이어는 판매될 수 없고 곧바로 폐기돼야 한다.

외부로 무단 반출된 시험용 타이어는 마모도, 그립평가 능력, 주행테스트 등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처럼 위조 서류로 시험용 타이어가 4년간 무단으로 반출되는데도 이를 알지 못했던 사측은 지난해 11월 자체 감사를 통해 불법 사실을 적발하고 뒤늦게 이들 운송 담당 직원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운송 담당 직원, 연구원, 택배업체, 타이어 판매업자가 공모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범행임을 밝혀냈다.

오랜 기간 서류 조작으로 시험용 타이어가 시중에 유통되는데도 타이어 반출이나 시험 과정 등이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불법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광주지방경찰청 송기주 광역수사대장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타이어를 장착하고 운행하면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며 "이번 수사로 타이어 유통 과정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을 점검하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타이어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