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상 반얀트리 서울 신임 총지배인 "3800여 회원들 만족하는 명품 클럽으로 키울 것"
서울의 특급 호텔이자 고급 사교클럽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반얀트리 서울)의 김준상 신임 총지배인(53·사진)은 ‘조금은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는 호텔리어다. 재일동포 출신인 그는 처음에 ‘화장실’이란 단어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가 서툴러 고객의 항의를 받았던 초보 호텔리어였다. 그러나 국내 호텔업계에 몸담은 지 23년째인 지금, 그는 멤버십 회원만 약 3800명에 이르는 반얀트리 서울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김 총지배인을 최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2010년 반얀트리 서울 개점 직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클럽 디렉터로서 클럽 회원 관리와 운영을 총괄했다. 이후 임피리얼팰리스 서울 총지배인으로 옮겼다가 지난 2월1일 반얀트리 서울 총지배인으로 임명됐다. 반얀트리 서울에선 골프와 자전거 등 운동 관련 동호회 클럽, 각종 예술과 문화 관련 교육 강의 등이 다채롭게 운영된다. 어린이들이 승마와 피겨스케이트, 펜싱 등을 전문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키즈클럽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총지배인은 “일반 호텔에선 손님들이 개인 또는 가족 단위로 며칠간 숙박하거나 피트니스에서 운동만 하고 돌아가지만, 반얀트리 서울 회원은 거의 매일 같이 만나다 보니 가족 같다”며 “고객들이 더욱 재미있고 즐겁게 클럽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며칠 전 한 회원과 함께 암벽등반을 다녀왔어요. 좋은 활동이 있으면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클럽을 통해 서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김 총지배인이 호텔리어가 된 계기는 1993년 한국어 연수프로그램을 밟던 중 그랜드하얏트 서울에 입사한 것이었다. 그는 “일본 나고야에서 중·고교를 다녔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을 마쳤기 때문에 한국에는 친척도, 친구도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총지배인으로 올려준 ‘두둑한 밑천’은 남들이 하지 않는 궂은일을 도맡는 적극성과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었다. 그는 “처음에 일본인 손님만 담당했지만, 어느 날 모든 직원이 서비스를 주저하는 까다로운 고객을 정성껏 서비스한 계기로 연회와 판촉 전반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년 전 아랍권 국가의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내한해 반얀트리 서울에서 묵으며 국내에선 생소한 ‘버틀러 서비스(전문 서비스 직원의 1 대 1 맞춤형 접대 서비스)’를 요구했다. 당시 부총지배인이던 그는 직접 나서 2박3일간 버틀러 서비스를 하며 아침 기상부터 차 제공, TV 볼륨 조절 및 안경 닦기, 식사 및 속옷까지 일일이 챙겼다. “그 고객이 매우 기뻐했어요. 나중에 재방문했을 때도 반얀트리 서울을 찾았죠. 고객들이 서비스를 받고 만족해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김 총지배인은 집무실이 아닌 프런트나 주방, 주차장 등 호텔 곳곳에서 손님을 직접 맞는 솔선수범형 리더다. 고객의 소리를 항상 가까이서 듣기 위해 노력한다. “반얀트리 서울을 미국 르네상스클럽 부럽지 않은 아시아 최고의 명문 사교클럽으로 키우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고객은 가장 좋은 스승이자 친구입니다. 제가 뭔가 앞서 제시하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돕는 자세로 최고의 호텔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제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기사 전문은 한경 Money 3월호

배현정 한경머니 기자 gr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