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저리 가라…대학 학생식당의 '맛있는 변신'
16일 낮 12시께 서울 경희대의 청운관 학생식당(사진).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무인 식권 발권기 앞에 선 학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할랄(halal) 소고기잡채덮밥이 일반 소고기잡채덮밥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친구에게 물었다. 할랄은 ‘신이 허용한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이슬람 계율에 따라 도축하거나 가공한 고기와 식품이다. 경희대가 무슬림 학생을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할랄 식단이다.

대학 학생식당이 진화하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신메뉴를 내놓는가 하면 대학 밖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할랄 식단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경희대 관계자는 “200여명인 무슬림 학생의 식문화를 존중하기 위해 이번 학기부터 학생식당에서 할랄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희대 호텔관광대 경영학부에 입학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브라기모프 사둘라 씨(24)는 “한국에는 할랄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거의 없어 힘들었는데 학생식당에 할랄 메뉴가 생겨 기쁘다”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을 위해 한식 메뉴에도 ‘돼지고기 없음’이라고 따로 표시해줘 편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학생식당은 지난 학기부터 각종 ‘쿡방(요리방송)’에 나온 음식을 신메뉴로 내놓고 있다. ‘백종원의 콩 없는 콩국수’ ‘김풍의 연복풍 덮밥’ 등 조리하기 간편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조리법이 주를 이룬다. 이은혜 서울시립대 학생식당 영양사는 “쿡방에 소개된 레시피가 간단하면서도 학생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 신메뉴로 채택했다”며 “보통 500인분을 준비하는데 매번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했다.

한화푸디스트에서 운영하는 서울대 예술계복합연구동 학생식당 아름드리는 지난 학기부터 웰빙 식단 코너를 마련했다. 카레라이스, 제육볶음 등 이름만 보면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비타민이 풍부한 재료를 이용해 열량을 낮췄다. 아름드리 관계자는 “학생들이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은 음식을 원하는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해당 코너를 마련했다”며 “2~3일에 한 번꼴로 수제 핫도그와 토르티야 피자 등 특별 메뉴를 내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학생식당의 변화에 대응해 대학 내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배달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립대에 있는 파리바게뜨는 지난 학기부터 에그타르트, 쿠키, 샌드위치 등을 배달하고 있다. 성균관대 패스트푸드점 맘스치킨도 이르면 이번 학기에 교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박상용/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