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 판매원이나 전화상담원이 손님에게 폭언·폭행을 당해 우울증이 생기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다. 또 그동안 산재 보상의 사각지대였던 대출모집인, 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과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산재 보상이 가능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만 있어 감정노동자들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신체적인 손상이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심적 외상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시행령 개정으로 이날부터 산재보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고객 응대 업무 중 폭언·폭력 등으로 인한 ‘적응장애’와 ‘우울병’이 추가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백화점 등에서 서비스 불만을 이유로 소비자가 점원을 무릎 꿇리고 폭행하는 등 ‘고객 갑질’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감정노동자 보호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화상담원, 판매원, 승무원 등이 소비자들의 ‘갑질’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앞으로는 업무상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정신질환도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선상에 있는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대상도 넓어진다. 지금까지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등 6개 직종만 산재보험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대출모집인, 카드모집인, 전속 대리운전기사 등 3개 직종 약 11만명도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험료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대출모집인은 월 1만원, 신용카드모집인은 7000원, 대리운전기사는 1만7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한 회사에 전속돼 있지 않고 여러 업체의 호출을 받아 일하는 ‘비전속 대리운전기사’는 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개정안은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의 산재 보상금도 인상했다. 그동안 두 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가 재해를 당하면 재해 사업장의 평균 임금만으로 산재보상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재해 사업장뿐 아니라 근무하고 있던 다른 사업장 임금도 합쳐 보상금을 산정한다.

A회사에서 하루 4만원, B회사에서 4만원의 임금을 받던 시간제 근로자가 한 사업장에서 산재를 당하면 그동안은 산재 보상 기준이 일당 4만원이었지만 앞으로는 8만원이 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