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마을회관 일원 현장검증…내달 26일 결심공판

할머니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이 15일 열렸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모(83) 할머니를 출석시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오후 3시부터 10여 분간 열린 공판에 피고인 박 할머니는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할머니는 재판부가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 말뜻을 이해했느냐고 묻자 "들리기는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2차례 공판 준비기일에 요구한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요청을 이날 공식 철회했다.

변호인단은 당초 피고인이 검찰 측의 주장처럼 분노조절이 어렵고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취지로 민간 의료기관에서 정신감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국가기관에서 정신감정을 제안하자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항소심 첫 재판에 이어 18일 오후 2시 사건 현장인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일원에서 현장검증을 한다.

현장검증에서는 피고인 집과 마을회관, 피고인 집에서 마을회관으로 이동하는 경로 등을 점검한다.

피고인인 박 할머니는 현장검증에 참석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현장검증에 이어 상주지원 법정으로 자리를 옮겨 증인으로 채택된 피해자 할머니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다.

대구고법 관계자는 "재판부가 직접 현장을 찾는 것은 사건 현장 주변 상황과 피고인 동선 등을 직접 파악하고,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증인들의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 이어 또 한 번 치열한 유무죄 공방을 예고했다.

검찰은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를 치다가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피고인 옷과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점, 집에서 농약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50여분 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구조 노력을 하지 않는 등 범행 전후 미심쩍은 행동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유죄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범행 동기, 농약 투입 시기, 고독성 살충제 구입경로 등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 측은 항소이유서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범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해 7월 14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미리 범행 도구인 농약을 준비해 사이다에 넣고 이를 모르는 피해자들이 이 사이다를 마시게 했다"며 "피고인은 범행 뒤 피해자들을 구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방치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검증에 이어 증인으로 채택한 8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거쳐 내달 26일 결심공판을 할 예정이다.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