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젖혀야 하지 않을까?" "벌리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마지막 5번째 대국이 열린 15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이세돌바둑연구소에는 '제2의 이세돌'을 꿈꾸는 바둑 꿈나무 30여명이 모여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대국을 지켜봤다.

이 9단의 제자들은 TV나 스마트폰으로 대국을 함께 관전하며 바둑 형세를 검토했다.

이 9단이 3국을 내리 패하고 4국에서 승리한 이후여서인지 전보다 훨씬 활기 넘치는 분위기였다.

연구소 사범들이 "조용히 좀 하라"고 주의를 줄 정도로 떠들썩했지만, 마지막 대국을 관전하는 어린 바둑인들의 집중력만큼은 상당했다.

생중계 화면과 바둑판을 분주하게 오가는 이들의 눈빛에서 한 수라도 더 배우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홍명제(16)군은 "이 사범님이 원래 바둑밖에 모르는 성격인데 겉으로는 스트레스를 드러내지 않으신다"며 "오늘 표정을 보니 엊그제 이긴 덕인지 많이 홀가분해지신 것 같다.

오늘도 이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성인 바둑 애호가 20여명이 모여 대국을 관전한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는 적막에 가까운 긴장감이 흘렀다.

전문가의 현장 해설만 실내를 울릴 뿐 음료수 마시는 소리조차 내기 조심스러운지 움직이는 사람도 거의 없이 대국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9단이 우하귀에 둔 43수가 프로들이 잘 두지 않는 수라는 해설에 '실수가 아닐까'라며 긴장하던 바둑 팬들은 "이어지는 수들을 보니 이 9단만의 변칙 수일 수도 있겠다"는 분석이 나오자 안도하기도 했다.

기원에서 대국을 보던 강모(49)씨는 "바둑을 전혀 모르지만 이번 대국에 큰 관심이 생겨 휴가를 내고 마지막 대국을 보러 왔다"며 "인류와 인공지능의 대국이라니 월드컵이나 올림픽보다 더 긴장되는데 이 9단을 마음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대 바둑부 동아리실에도 마지막 대국을 함께 보려는 바둑부 회원과 학생들 10여명이 모여 TV 중계를 보며 응원전에 나섰다.

"바둑이 이렇게 주목받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한쪽 벽에 붙은 바둑판에 한 수 한 수를 따라 둬가며 해설하고 토론했다.

알파고의 착수가 예상을 번번이 벗어나자 "도대체 저 수가 무슨 뜻이냐", "실수일 수도 있다, 저번 대국에서 말도 안 되는 수들을 놓은 것을 보면 알파고가 신은 아니다"라는 등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승패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오늘도 이기지 않겠나"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최준영(기계항공공학부 13학번)씨는 "1천200대의 컴퓨터 CPU가 연결됐을 정도로 연산능력이 대단한 알파고에게 한 판을 이긴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알파고가 워낙 기상천외한 수를 많이 둬 승패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봐서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바둑부 회장 정내혁(수학교육과 15학번)씨는 "이어진 대국들을 보며 5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세돌 9단이 안정된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4국을 이긴 것이 대단하다"며 "오늘 대국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이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