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한 야산에서 진행된 신원영군 학대 사망사건 현장검증에서 친부 신모(38)씨와 계모 김모(38)씨가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한 야산에서 진행된 신원영군 학대 사망사건 현장검증에서 친부 신모(38)씨와 계모 김모(38)씨가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경찰 "살인죄 적극 검토"

'원영이 사건'의 주범 계모와 친부에 대해 경찰과 법조계 안팎에선 살인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학대행위를 방조한 친부에 대해선 살인죄 적용은 가능하되 공범으로 볼 것인지 방조범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일부 엇갈렸다.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변호사 경찰관 백모 경정은 15일 "영하의 날씨에 찬물을 붓고 알몸으로 방치한다면 성인조차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계모는 학대행위로 인해 아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필적 고의란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예컨대 건물 아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알고도 옥상에서 벽돌을 던지면 벽돌에 맞아 사람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지한 상태에서 "사람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을 살해할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이를 두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라고 말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한 것으로 나뉘는데, 작위는 벽돌 예시와 같이 '직접적 타격 행위'(원인)가 있는 것을 말하고, 부작위는 간접적인 타격(학대 등)행위 이후 마땅히 해야 할 위험방지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백 경정은 "친부도 친권과 양육권자로서 아이를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도 불구, 학대행위에 대한 치료 의무를 다하지 않은 만큼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수사자료를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보도를 전제로 낸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부연했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광호 변호사는 "계모 김씨는 원영이에 대한 양육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간 감금하고, 학대해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했다"며 "자신의 가혹한 학대행위로 인해 아이가 숨질 수 있다는 것을 예견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영이 사망원인이 영양실조, 피하출혈, 저체온증 등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있는 만큼, 찬물을 뿌려 알몸으로 방치한 뒤 20여시간 만에 사망했으므로 학대행위와 사망간 인과관계도 형성된다"며 "살인동기 또한 '아이를 양육하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친부에 대해서도 "아내의 학대행위를 알고도 아들에 대한 구호의무 내지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방치 내지 학대를 용인한 측면이 있다"며 "이 또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소영진 변호사는 "계모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도 7살 어린 아이를 무참히 학대했다"며 "직접적인 타격을 입혀 사망에 이른 것이 아니라고 해도 학대행위 이후 충분히 구호할 수 있는데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으로 볼 수 있겠다"고 전했다.

이어 "친부는 학대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한 학대를 묵인 내지 조장해 살인죄 방조 적용이 가능하다"며 "다만 계모와 같이 사망에 이른 학대행위를 주도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계모 보단 비교적 형량이 가벼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친부는 살인죄 보다 아동학대치사죄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김씨의 학대행위를 방치한 행위만으로 살인죄를 적용하기가 애매하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는 보통 동기살인죄 기본 양형은 징역 10∼16년, 비난 동기살인죄 최대형량은 징역 18년 이상, 무기 이상으로 돼 있다.

이에 비해 아동학대치사죄는 기본 징역 4∼7년, 최대 징역 13년 6월이다.

이에 따라 경기 평택경찰서는 16일 사건 송치를 앞두고 계모와 친부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한 최종 법률검토 중이다.

전날 현장검증장에서 류정화 평택 안포맘 대표는 "수사기관에서 두 부부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goa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