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과학자 소명은 기여…실용연구 계속해야죠"
“세포는 생명의 기본단위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동안 과학자로서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하는 ‘빅 퀘스천(big question)’에 대답하려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제9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인 오병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자의 소명은 기여”라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 교수는 세포가 분열할 때 DNA가 정확하게 둘로 나뉘며 복제되는 원리를 알아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 등에 발표됐다. 오 교수는 연구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등산용 밧줄인 자일과 고정용 D자 모양 고리인 카라비너를 예로 들었다. 헝클어진 자일 뭉치를 카라비너로 묶어 반듯하게 정리하는 것처럼 콘덴신이라는 고리가 DNA 밧줄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고리를 여닫는 역할은 ATP라는 화학에너지가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를 역으로 활용하면 세포 분열과 DNA 복제 과정을 거쳐 증식하는 나쁜 세포를 없앨 수 있다. 콘덴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세포가 죽기 때문이다. 암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오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항암제 개발 같은 실용연구를 할 계획이다.

오 교수는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조부인 고(故) 오지호 화백은 전남 화순에 기념관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다. 국내 서양화 거목이자 한국 인상파 선구자로 꼽힌다. 부친인 오승우 화백과 숙부인 고 오승윤 화백도 형제 화가로 명성이 높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좋아한 그는 목장 주인을 꿈꾸며 1979년 서울대 농대 식품공학과에 진학했다. 그 뒤 실험의 재미에 눈떠 집안에서 유일한 과학자가 됐다.

20여년 동안 생명현상을 연구한 오 교수는 과학 연구의 원동력으로 ‘경쟁’을 꼽았다. 오 교수는 “세계 이곳저곳에서 여러 과학자가 같은 질문에 동시에 매달리지만 최초의 발견만이 인정을 받는다”며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가 열심히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로베르토 로메로, 임상의학 부문 첫 해외 수상자
로베르토 로메로, 임상의학 부문 첫 해외 수상자
아산의학상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의과학자를 격려하기 위해 2007년 제정됐다. 오 교수와 함께 로베르토 로메로 미국 국립보건원 주산의학연구소 교수가 임상의학 부문 상을 받는다. 해외 의과학자가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금은 3억원(로메로 교수는 25만달러)이다. 로메로 교수는 한국 산부인과 의사들과 77건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국내 의료 수준을 높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젊은의학자 부문에는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와 김준범 울산의대 흉부외과 교수가 선정됐다. 상금은 각각 5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