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천자칼럼] 졸음 운전

졸음은 자발적인 게 아니란 데서 낮잠과 구분된다. ‘졸음 앞에선 장사 없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하는 속담이다.

졸음은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큰 작용을 한다. 인체의 일상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포유류는 모두 이 호르몬을 갖고 있다. 이 호르몬의 조절이 실패할 때 우울증이 걸리고 졸음이 쏟아진다. 우울증이 많은 핀란드에서 졸림증 증후군 환자가 많은 것도 이 호르몬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졸림 때문에 한 달에 3회 이상 주간활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56%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졸음 현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졸음운전이다. 운전자가 3초만 졸아도 차량은 시속 100㎞ 상태에서 80m를 달린다. 방향도 물론 제멋대로다. 멜라토닌의 기능이 부조화를 이루는 봄철은 더욱 심하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졸음운전 사고는 연간 평균 645건이다. 매일 일곱 건의 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한다.

졸음운전 사고를 많이 낸 연령대는 40대(25.4%)와 30대(24.4%)다. 30대 이하는 새벽 시간대에, 40대 이상 운전자는 주로 오후 시간대에 집중된다. 승용차는 출발 90분 뒤, 대형 버스나 트럭은 3시간 이후 졸음운전이 늘어난다. 물론 차내 환기를 시키거나 껌, 견과류 등 가벼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일시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졸음쉼터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보다 졸음을 방지하는 장치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졸음운전 방지 장치는 발명가들이 한 번 만들고 싶어하는 아이템이다. 매년 특허청에 출원되는 건수도 많다. 눈꺼풀이나 동공 등을 살펴보는 방법이나 운전자의 고개가 기울어진 각도를 측정해 알려주는 아이디어들은 그나마 옛날 방법이다. 핸들에 주어진 힘을 센서로 측정하거나 차내 이산화탄소, 산소 등을 측정하는 아이디어들도 나오고 있다. 아예 운전자의 뇌파나 심장 박동 수 등을 체크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세계 자동차기업들이 이 같은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인공지능(AI)에 의해 운전자의 심신 상태를 체크하고 운전에 적합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자칫 운전자의 개인 상황과 정보가 빠져나가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자동차가 직접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완전히 상용화되면 졸음운전 걱정은 사라진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지금은 알 수 없는 다른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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