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 주역 미 대령 증손자 벤 포니 씨 "증조부가 탈출시킨 분들 얘기 우리가 매듭져야"
“제 이야기가 우리 가족과 한국의 이야기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미국인 청년 벤 포니 씨(29·사진) 가족은 6·25전쟁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 작전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흥남 부두에 몰려든 피란민 10만여명을 배에 태워 무사히 남녘으로 이끈 당시 작전 실무 책임자인 고(故) 에드워드 포니 미 해병대 대령(당시 계급)이 그의 증조할아버지다.

그는 “증조할아버지와 한국의 연결고리를 이어나가는 것은 내게 주어진 사명 같다”며 “한국 사회에 기여하게 돼 개인적으로 정말 뜻깊다”고 말했다.

한국전쟁기념재단이 지원하는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으로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2014년부터 국제지역학(동아시아) 석사과정을 밟은 그는 지난 1월부터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구보조로 일하고 있다.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노력에서 시작된 인연이 60여년을 넘어 오늘날 한반도 문제를 고민하는 증손자에게까지 이어진 셈이다.

흥남철수가 전쟁담이 아니라 ‘사람을 구출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남북관계가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증조할아버지가 탈출시킨 사람들이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우리가 매듭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