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82%가 부모…피해 아동은 15세가 제일 많아
'집안에 숨겨진 학대' 찾아내는 시스템 가동 시작

계모의 학대를 받다 행방불명된 7살 신원영 군처럼 학대피해를 당한 아동이 지난해 경기도에서 2천915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아동을 학대한 당사자가 부모인 경우가 무려 82%에 달해 '폭력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사회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부모의 품에 숨겨져 학대받는 아동을 찾아내고자 보육료나 예방접종 기록 등을 조사하는 등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 시작했다.

◇ 지난해 경기도 아동학대 판정 2천915명…82%는 부모가 가해자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의심건수는 2013년 2천368건에서 2014년 3천752건으로 58.4% 증가했고 2015년에는 4천214건으로 전년보다 12.3% 증가했다.

2015년 경기도 아동학대 의심신고건수는 전국 1만 6천650건의 25.3%를 차지했다.

학대의심으로 신고된 아동은 대부분 학대로 확인됐다.

지난해 학대의심 아동 4천214명 가운데 67.1%인 2천915명이 학대로 판정됐다.

학대판정 아동수는 전국 1만 1천550명의 25.1% 수준이다.

의심 신고된 아동이 학대된 것으로 판정받은 사례는 2013년 1천516명, 2014년 2천501명(65%↑), 2015년 2천915명(16.5%↑)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천915명의 아동을 학대한 장본인은 바로 부모(2천417명)로 전체 가해자의 82.9%를 차지한다.

부모에 비하면 한때 사회적 이슈가 됐던 보육교사와 베이비시터 등 대리양육자의 학대비율은 9.8%(285명)로 적은 편이다.

친인척 아동학대 비율도 4.4%(127명)였다.

학대피해를 본 아동의 나이는 15세가 8.6%로 가장 많고, 14세 8.1%, 16세 7.6%, 10세 6.8% 등 순이었고 신 군의 나이대인 7세 아동은 5.5%로 나타났다.

0세부터 5세까지 영유아를 모두 합치면 20.6%를 차지했다.

피해 아동 중 1천1명은 아동보호기관 등의 상담과 조사 등을 통해 학대가 가볍다고 판단돼 원래 부모에게 돌려보내졌고, 236명은 친족에게, 36명은 친모 등 연고자에게 각각 보내졌다.

일시보호(218명), 장기보호(113명), 가정위탁(7명) 되는 사례도 있었다.

◇ "집에 갇힌 학대 아동들을 찾아라"…보호시스템 가동 시작
일반 사건과 달리 아동학대는 부모가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은밀하게 자행하면 외부에서 알기가 쉽지 않다.

설사 인지하더라도 사법기관이나 아동보호기관 등이 강제로 부모를 구인하거나 가택을 수색하기가 어렵다.

2년간 아버지와 내연녀의 학대 속에 집에 감금돼 있다 맨발로 탈출한 A(16)양 사건이 그 예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병원, 아이돌봄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법적으로 아동신고의무를 부여했지만, 이마저도 학대아동이 이들 시설을 이용해야만 피해 사실을 알고 대처할 수 있다.

경기도가 늦었지만, 부모가 집에 감추고 학대하는 아동을 찾아내기 위한 '의미있는 일'을 시작했다.

도는 올 1월 25일부터 한 달간 도내 미취학 영유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특별점검을 벌였다.

어린이집 유치원에도 다니지 않는 영유아를 찾아내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보육비용을 신청하지 않은 1천999명을 전수조사해보니 서비스 대상이 아닌 해외거주 이중 국적자가 1천142명, 다른 서비스 이용자 438명, 조기취학이나 본인 포기자 155명이었다.

나머지 21명 가운데 17명은 주소가 불분명했고 4명은 가정폭력이 의심스러웠다.

도가 경찰에 4건을 신고했고, 이 가운데 학대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2건에 대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이번 보육료 미신청자 전수조사는 아동에 대한 잠재적 학대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며 "부모가 집에 가둬둔 아동들이 학대를 당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와 함께 정부 각 부처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아동학대 예측·예방 체계를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를 정부에 건의했다.

출산기록과 출생신고 기록 비교 분석, 진료기록 중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징후 분석, 생후 4개월∼71개월 7차에 걸친 건강검진 자료 분석, 미취학이나 전·입학 누락 학생 자료 비교 등을 통해 방임이나 신체 학대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자부의 주민등록자료, 보건복지부의 의료기록, 교육부의 학생자료 등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면 아동학대 4개 유형 중 신체 학대와 방임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경기도의회도 아동 유기를 막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도의회는 10일 '경기도 건전한 입양문화 조성 및 베이비박스(Baby Box)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도지사가 도내에서 유기되는 아동의 인권침해 사항을 조사하고, 아동 유기 위험가정과 미성년가정, 미혼모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의무조항을 뒀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아동보호기관, 일시보호소, 가정위탁지원센터, 결연기관, 지역아동센터지원단, 자립지원기관 등 6개 기관이 연합해 피해 아동에게 안정된 생활공간과 경제적 후원을 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아이들이 행복한 행情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흩어져 있는 기관들을 한데 묶어 정보를 공유하고 최적의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7일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분기마다 회의를 열어 아동피해 예방과 지원에 공동대처하기로 했다.

경기도 아동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239만 명으로 전국 895만 명의 26.7%다.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당한 아동들을 위한 기관들은 '경기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11곳, 경기남부아동일시 보호소 2곳, 아동양육시설 27곳, 그룹홈 115곳, 경기도가정위탁지원센터 2곳, 경기도자립지원 전담기관 1곳, 지역아동센터 756곳이 있다.

경기도가 사업비를 보조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