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예방 위한 안전장치 미흡…체계적 대책 마련해야"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손수레를 끌고 폐지를 줍다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다양한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했다가 부상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노인을 위한 안전장치는 미흡하다.

노인 일자리사업이 점차 늘고 있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체계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손수레 끌고 폐지 줍는 노인들 사망 사고 잇따라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은 늘 사고 위험을 안고 산다.

지난해 9월 새벽 부산 부산진구 골목길에서 폐지를 수집하던 우모(80) 할머니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자 조씨는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력으로 차를 몰다가 앞서가던 택시를 들이받은 뒤 방향을 잃고 할머니를 덮쳤다.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한 우 할머니는 지난 50년간 폐지와 고물 등을 모아 생계를 꾸려 오다 변을 당했다.

우 할머니는 폐지 수거로 하루 1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강원도 양구읍 주택가 도로에서 폐지가 담긴 유모차를 끌고 귀가하던 70대 할머니가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사고를 낸 차량은 그대로 달아났다.

이 할머니도 수십년간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2012년 10월에는 울산 중구의 한 골목길에서 폐지를 줍던 안모(74)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뺑소니 사고였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나섰지만 3년5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 공공일자리사업장서도 사고 속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가 부상당하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광주 서구에서는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참여 노인을 태운 차량이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와 노인 3명이 크게 다쳤다.

이 중 70대 할머니 2명은 허리를 다치고 팔이 부러져 3개월간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특히 시각장애 5급인 김모(61) 할머니는 자녀의 경제활동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잃자 생계비를 벌려고 사업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했다.

지난해 12월 말 부산 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 도우미를 하던 77세 할머니는 국통이 쏟아지는 바람에 팔에 화상을 입어 한 달간 치료를 받았다.

급식 도우미는 할머니들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꼽힌다.

하지만 뜨거운 식품을 취급하다 보니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환경정화 활동을 하다 다치는 노인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울산시 중구 옥교동에서는 환경지킴이 활동을 하던 79세 할아버지가 골절상을 입었다.

천에 가린 배수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경북 고령에서는 자연정화활동에 참여한 74세 할머니가 수로에 버려진 깡통을 주우려다 발을 헛디디면서 무릎과 허리를 크게 다쳐 몇 달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물기가 있는 줄 모르고 수로 주변을 걷다 사고를 당했다.

강원도 삼척에서는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한 60대 여성이 화장실에서 청소를 하다 미끄러져 고관절 골절상을 당했다.

등하굣길 교통지도 봉사활동도 위험천만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창원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는 등·하교 지도에 나선 노인이 갑자기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등교시간에 초등학생 교통지도를 하느라 1시간 정도 서 있다가 기력이 빠져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작년 한해 지자체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했다가 다친 사례가 파악된 것만 100건에 육박한다.

지자체 노인 일자리사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은 오히려 줄었다.

경기 고양시는 국·도비와 시비 매칭사업인 노인일자리사업으로 2013년 2천469명에 45억5천422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2014년에는 2천506명(45억8천857만원)으로, 지난해에는 2천853명(52억5천131만원)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이 각각 늘었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면서 사업 참여 노인들이 다치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울산시의 경우 2013년과 2014년 각 5건에 불과하던 사고 건수가 지난해 11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안전교육을 포함한 교육시간은 지난해 15∼26시간에서 올해 10시간으로 줄었다.

위탁업체들이 불만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 "대책 시급" 목소리 커져
지난해 부산에서 노인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다친 노인들에게 지급된 산재보상금신청은 41건이었다.

경북에서는 24명, 울산에서 11명, 제주에서 12명이 다쳐 산재보상금을 받았다.

대부분 지자체가 상해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 치료비 보상을 하고 있지만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사회적일자리과 담당자는 "일자리사업을 하던 중 노인들이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전에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나 기관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스트레칭을 하는 등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별 생계형 노동에 나서는 어르신에 대한 안전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급기야 지자체들은 지난해부터 폐지 줍는 노인 현황을 파악, 올해 관련 예산을 편성해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경기도가 지난해 31개 시·군에서 파악한 결과,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은 5천800여명이다.

도는 올해 2억8천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야광조끼, 야광페인트, 야광테이프, 반사경, 안전장갑, 신발 반사장치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연 2회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는 계획도 세웠다.

경남도 관계자는 "노인이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기 직전에 상해보험에 별도로 가입하고 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하는 등 나름대로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부상을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한계 있다"고 말했다.

(고성식 이재현 김동규 이승형 김근주 이경욱 박병기 차근호 박철홍 우영식 최종호 강종구 김진방 정회성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wy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