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피 나는데 젖병 물린 뒤 10시간 넘게 방치
1월 아스팔트에서도 떨어뜨려 골절상…20대 부부 영장


20대 동갑내기 부부가 태어난 지 석 달 된 '젖먹이' 딸을 학대해 다치게 한 뒤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숨지게 한 아동학대 사건이 부천에서 또 발생했다.

이 부모는 침대에서 떨어져 피가 난 딸에게 젖병만 물려놓고 잠을 잤고, 10시간 넘게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10일 각각 폭행치사와 유기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한 아버지 A(23)씨와 어머니 B(23)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9일 오전 2시께 부천시 오정구 자택 안방 아기 침대에서 생후 3개월 가까이 된 딸 C양을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뒤 딸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울자 작은방으로 데려가 젖병을 입에 물려놓고 배를 눌러 억지로 잠을 재웠다.

딸이 울음을 멈추자 A씨는 아내가 있던 안방으로 돌아와 함께 잠이 들어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10시간 넘게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술에 취해 집에서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데 애가 울어 작은방으로 데리고 가려다가 바닥에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진술했다.

이 부부가 잠에서 깨어난 같은 날 오후 1시 30분께 C양은 이미 숨을 멈춘 상태였다.

조사결과 A씨는 1월 27일에도 오후 11시 5분께 부인과 말다툼을 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C양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뜨려 크게 다치게 했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C양은 어깨뼈와 우측 팔이 부러졌고 머리 등 5곳에 찰과상을 입었다.

A씨는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크게 아픈 줄 몰랐다"며 "별로 안 아플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8일까지 1주일에 3차례가량 딸의 머리와 배를 꼬집고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새벽에 퇴근하고 오면 잠을 자야 하는데 딸 아이가 평소 시끄럽게 울어 짜증이 좀 나서 때렸다"고 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B씨는 때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9일 오후 4시 55분께 병원측으로부터 "여아가 숨진 채 병원에 왔는데
멍과 상처가 많다"는 신고를 받고 부부의 행적을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전문의와 검시관은 "C양의 온몸에 멍이 있고 시기가 다양한 골절상이 5곳에서 발견됐다"며 "사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호중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C양의 성기에서도 피멍자국과 성폭행이 의심되는 상처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부는 2014년 10월 결혼해 지난해 12월 딸을 낳았다.

B씨가 임신한 이후 A씨 혼자 골프가방 제조 공장에서 일해 생활비를 벌었고 한 달가량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달 초 그만뒀다.

현재 둘 모두 직업이 없는 상태다.

부부는 평소 생활고와 A씨의 잦은 게임 등으로 자주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계획을 하지 않았는데 아기가 생겼고 그렇게 태어난 딸에 애정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딸을 고의로 숨지게 했는지 등 살인 혐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양의 생식기 일부에 혹 같은 게 있었지만 성폭행을 의심할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과수의 1차 구두소견 결과 사인은 두부(머리) 손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최은지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