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역사적 첫 대국을 하면서 슬그머니 미소를 짓다가도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이세돌 9단의 스승 권갑용 8단은 "세돌이의 표정을 보고 놀랐다"며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표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열린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권 8단은 자신이 운영하는 권갑용바둑도장(현 권갑용국제바둑학교)에서 이세돌 9단을 가르쳤다.

이세돌 9단은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도에서 아버지 고(故) 이수오씨에게서 바둑을 처음 배웠다.

그러나 어느새 아버지의 실력을 뛰어넘은 이세돌 9단은 8살에 서울로 올라와 권 8단 아래서 바둑 실력을 키웠다.

권 8단은 "어린 시절에는 이렇게까지 대기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이세돌 9단을 대견스러워 했다.

그는 "이세돌은 어릴 때 바둑을 둘 때마다 귀를 세웠다"고 떠올리며 "영기가 굉장히 강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권 8단이 아는 이세돌 9단의 또다른 특징은 바둑을 둘 때 '표정 하나 없다'는 것이다.

커제 9단 등 중국 최고의 기사와 상대할 때도 이세돌 9단은 무심의 상태를 보였다고 권 8단은 전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권 8단은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다"라며 "마치 '알파고가 이 수를 읽은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 것 같다.

평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파고와 첫 판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등 관심이 너무 커서 긴장했을 것"이라고 헤아렸다.

하지만 믿음을 보냈다.

권 8단은 "한 두판을 거치면 적응할 것"이라며 "이세돌의 최대 강점은 적응력과 면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릴 때 이창호가 도장에 놀러왔을 때 이세돌의 표정이 굉장히 밝았다"며 "이세돌은 강자와 두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