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3만6천여명 동보시스템 운영…3개월 시범 운영 뒤 전역 확대

"○○시에서 강도사건이 발생했다."

경기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강도사건 발생 지령이 떨어졌다.

관할 경찰서 담당 형사들이 다급히 현장에 출동했다.

형사들은 피해자로부터 범죄 내용을 듣곤 신속하게 주변 CC(폐쇄회로)TV 영상을 입수해 분석을 시작했다.

곧 용의자가 택시를 타고 도주하는 장면을 잡아냈다.

# 현행 시스템 = 형사는 택시회사 콜센터를 통해 용의자에 대한 인상착의를 문자메시지 동보시스템을 통해 기사들에게 전파한다.

그러나 문자메시지는 고작 40자까지만 가능하고 사진 파일은 전송이 불가능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고스란히 전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택시회사별로 콜센터가 따로 운영되다보니 콜센터를 통해 한번에 알리기도 어렵다.

택시기사의 결정적 제보로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현행 동보시스템에선 택시기사에게서 도움을 받기엔 한계가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 앞으로 경기 경찰 시스템 = 형사는 바로 카카오택시 동보시스템을 이용해 기사들에게 용의자 인상착의를 전송한다.

문자로는 1천 자까지 가능하다.

용의자 신원이 파악된 경우엔 사진까지 첨부할 수 있다.

경찰은 여러 곳의 콜센터를 거치지 않고도 한번에 해당 지역 택시기사들의 '매의 눈'을 활용할 수 있다.

운행 중이던 택시기사가 동보를 보고 자신이 좀 전에 태웠던 손님이 용의자란 사실을 간파했다면 바로 버튼만 눌러 담당 수사팀에 '핫라인 제보'가 가능하다.

기사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발빠르게 출동, 강도 용의자를 검거한다.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경기지역 치안을 지키는 또 하나의 파수꾼이 된다.

경기지방경찰청은 8일 ㈜카카오와 중요 범죄 용의자 및 구조가 필요한 사람 조기 발견을 위한 MOU를 체결, 전국 최초로 카카오택시 어플을 활용한 동보시스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경찰은 그간 택시기사 동보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카카오택시를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벌였다.

카카오택시는 지난해 3월 출시돼 현재 전국 기사 회원 수 21만 명, 하루 호출 7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올 2월 현재 경기지역 택시면허등록자(4만3천여 명) 중 83.7%에 달하는 3만6천여 명이 카카오택시에 가입해 있다.

지난해 11월 경찰이 도내 택시기사 1천7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3%가 제보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앞으로 3개월 간 시범운영한 뒤 카카오택시 동보시스템을 경기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용의자 검거나 구조 대상자 발견에 결정적으로 제보한 기사를 포상하거나 포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정주환 카카오 최고사업책임은 "출시 이후 많은 호응을 얻으며 빠른 성장을 이어온 카카오택시가 국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왔다"며 "전국 곳곳을 누비는 카카오택시 기사들의 정보력이 모두의 안전한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선 경기경찰청장은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경찰 역할에 많은 도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goa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