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비 27억원 못 받을 처지…1명 구속 4명 불구속

1천750만원을 내고 회원 6명을 모아오면 벤츠 승용차를 주겠다며 60억원이 넘는 돈을 끌어모아 2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불법 다단계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다단계 조직 대표 김모(50)씨를 구속하고 이사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께 유명 포털사이트에 '벤츠 공동구매 프로그램' 모임방을 만들어놓고 SNS로 회원을 모았다.

한 계좌에 1천750만원을 일시불로 내고 다른 회원 6명을 모집해 '7명 구성박스'가 완성되면 시가 6천800만원짜리 벤츠 E클래스 승용차를 제공하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함께 내세웠다.

2차 하위단계에 회원 2명을 모집하고, 그 아래 3차 하위단계에는 4명을 모집해 7인 회원이 완성되면 벤츠 승용차나 현금을 지급하는 영업구조로 회원들을 꼬드겼고, 고급 외제차를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욕심에 회원은 금세 늘었다.

서울, 대전, 광주, 김해 등지에 회원을 모집·관리하는 '지역총판'을 두고 대표인 김씨와 이사들은 지역총판을 관리하는 수법으로 회원 수를 불렸다.

이들은 176명에게서 61억원 상당을 입금받았지만, 실제로 1천750만원에 벤츠를 산 사람은 없었다.

일부 회원들이 7명 구성박스를 완성하긴 했지만, 다단계 조직은 벤츠가 아닌 현금 5천800만원을 줬다.

이들은 외제차 공식 딜러사와 계약을 했다고 했지만 거짓이었다.

공식 딜러사와 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조직은 애초부터 벤츠 승용차를 다량 공급받을 수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 회원 중 60명은 큰 손해를 보지 않고 탈퇴했지만, 117명은 가입비를 전액 날리게 생겼다.

다단계 조직의 계좌에 있던 돈이 최근 전액 인출돼 돌려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공정위 조사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다단계 조직이 계좌에 있던 돈을 모두 현금화해 숨겼다"며 "계좌 잔고가 0원이어서 회원 117명의 가입비 27억원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중산층이었는데, 인터넷으로 손쉽게 현혹되는 바람에 일반 유사수신 범죄보다 범죄 피해가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몇몇 사람은 초기 1천750만원을 내고 나서 여윳돈을 투자해 차명으로 계좌 2개를 추가로 확보해 7인 회원을 구성한 것처럼 꾸며 현금 5천800만원을 받고 차명 계좌 가입비는 환불받아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