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보고서…"고소득층 보험료 더 내면 수령액 그 이상 증가"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높이려고 소득상한액을 올리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재분배 약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최장훈 연구위원과 강성호 연구위원은 6일 '국민연금의 소득상한 인상 타당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소득상한을 인상하자는 제안은 연금 재정 악화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기업의 재원 부담 등을 고려해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소득이 올라가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만 보험료를 내도록 막는 장치가 소득상한이다.

현재 소득상한액은 421만원으로, 월소득이 이를 넘더라도 421만원인 것으로 간주해 보험료를 부과한다.

월소득이 수억원에 이르더라도 내는 보험료는 421만원인 사람과 같은 것이다.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이 소득상한액을 인상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계층 간 부담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소득상한액을 높임으로써 국민연금 수령액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A값(전체 가입자의 3년치 평균소득 월액)'도 높아져 전체적인 수령액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주요 근거다.

그러나 최 연구위원과 강 연구위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적립기금 고갈 문제, 소득계층별 형평성 문제, 사업주 부담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기능이 긍정적인 기능보다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최 연구위원과 강 연구위원은 우선 소득상한을 높이면 보험료 수입이 늘지만, 연금 수령액이 납부한 보험료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기금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소득층이 보험료를 더 내는 만큼 수령액이 그 이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의 연금액 수혜가 커져 격차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과 강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납부한 총 보험료보다 사망 때까지 받는 수령액이 더 큰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현행 급여산식을 변경하지 않는 한 소득상한을 인상하면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하고 재정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의 절반을 기업이 부담하므로 소득상한의 인상에 따른 보험료 인상 부담이 사업주에게도 가중된다"며 "이는 최근 기업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초래해 신규 고용 창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