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을 맞는 경칩이다. 긴 겨울을 지내고 난 뒤라 따뜻한 봄기운이 반갑지만 달갑지 않은 손님도 함께 찾아온다. 황사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 등의 사막과 황토지대 모래먼지가 한국까지 날아오는 것을 말한다. 강한 상승기류를 탄 모래먼지는 3000~5000m 상공으로 올라갔다가 편서풍을 타고 먼 거리를 날아온다. 기상청은 올봄에 평년과 비슷하게 황사가 발생할 것으로 예보했다. 최근 10년간 봄철 황사가 가장 심했던 때는 3월이다.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비해야 한다. 황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대처 방법, 올바른 마스크 사용법 등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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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에 결막염, 안구건조증 악화

황사 속 중금속과 대기중 오염물질은 눈에 자극을 줄 가능성이 있다. 눈이 예민한 사람이 황사에 노출되면 각막이나 결막 상피 조직이 약해져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빈번한 질환은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안구건조증이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눈이 가렵고 빨갛게 충혈되며 이물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눈에서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증상이 심해지면 흰자위가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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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에는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도 크게 늘어난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 황사, 미세먼지 등으로 안구건조증이 많이 생긴다. 안구건조증이 있던 사람은 증상이 악화한다. 김병엽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며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하면 선글라스 등으로 눈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물질이 콘택트렌즈에 달라붙으면 눈에 염증을 일으켜 각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에는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외출할 때 모자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황사에 노출됐을 때는 되도록 눈을 비비지 말아야 한다. 증상이 심할 때는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스테로이드 계열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의 병을 키울 수 있다.

호흡기 질환 위험도 높아져

황사 때는 호흡기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발암 물질인 납 카드뮴 알루미늄 실리콘 등이 섞인 흙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등에서는 황사 입자가 20㎛ 정도로 크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1~10㎛로 작다.

황사 발생 시 대기의 먼지 농도는 평소의 4~5배에 이른다. 미세먼지가 걸러지지 않고 사람의 폐로 바로 들어가면 기도를 자극해 기침이 나거나 가래,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면 기관지 벽이 헐고 협착이 생기기도 한다. 3월에는 공기가 건조해 감기 천식 후두염 등이 발생하기 쉽다. 미세먼지는 사망률에도 직접 영향을 미쳐 ㎡당 미세먼지가 10㎍ 늘어나면 하루 사망률이 1%씩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봄철 코와 목에 불편을 느끼거나 호흡기 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코와 기관지 점막이 말라 세균,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황사에까지 노출되면 미세먼지와 발암 물질이 폐포 깊숙이 침투해 천식 기관지염 폐렴 폐암 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과 차를 자주 마셔 목을 촉촉하게 하고 가습기를 활용해 적정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황사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 시 황사 마스크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사에 섞인 초미세먼지는 급성 심장정지 위험도 높인다. 오세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증가했다. 오 교수는 “지름 2㎛ 미만 초미세먼지는 혈관으로도 흡수돼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출 뒤 손 씻고 세안해야

황사는 피부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유해 물질이 모공이나 땀구멍에 쌓이면 가려움증 여드름 모낭염 등을 일으킨다.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있거나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황사 때문에 피부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황사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 외출할 때 긴 소매 상의와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스카프나 모자 등을 활용해 피부 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

마스크 선택에도 주의해야 한다. 황사가 있을 때 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세한 모래먼지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의약외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KF80’ 또는 ‘KF94’ 표시가 있는 제품인지 확인한 뒤 사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황사·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다. KF80은 평균 0.6㎛ 입자를 80% 이상 차단하고, KF94는 평균 0.4㎛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황사 마스크는 하루 정도 착용한 뒤 새 제품으로 바꿔 써야 한다. 아이들은 소형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야외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출입구에서 옷과 신발, 가방 등을 가볍게 털어내야 한다. 입었던 옷은 바로 세탁하는 것이 좋다. 곧바로 손을 씻고 세수를 해 몸에 묻은 먼지와 노폐물을 제거해야 한다. 황사가 심한 날 실내에 있을 때는 가급적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 좋다. 평소와 다르게 피부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도움말=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병엽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교수, 오세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