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봉 사장(왼쪽)과 정홍섭 노조위원장이 6년 전 금속노조의 공장 진입에 맞서 폐쇄한 회사 정문 앞에서 회사 발전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강기봉 사장(왼쪽)과 정홍섭 노조위원장이 6년 전 금속노조의 공장 진입에 맞서 폐쇄한 회사 정문 앞에서 회사 발전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이하 발레오)는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금속노조 탈퇴의 정당성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금속노조의 확성기 시위와 20여건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발레오전장 '6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발레오 내부의 지지 세력을 모아 현장 조직력을 복원하고 올해 임단협 교섭에 개입하기로 하는 등 강경 투쟁에 나서기로 해 극한 노사 갈등을 예고했다. 게다가 발레오 노사가 체결한 단협에 대한 무효 소송 등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발레오 공장에는 여전히 노동가가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회사 바로 옆 공단 운동장에 6년째 불법으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는 금속노조가 틀어놓은 것이다. 제품 운송을 방해하는 사례까지 있다. 지난달 19일 대법원이 금속노조를 벗어나 새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상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금속노조와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금속노조는 발레오가 지난 6년간 기업별 노조와 함께한 경영활동, 단체협약, 임금협상에 대해 20여건의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해고 근로자와 발레오 공장에서 일하는 금속노조 지지 근로자 70여명이 주축이다. 이들은 금속노조 체제 아래의 단협을 근거로 임금을 재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해고 정직 등 회사의 징계 행위도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발레오만도 지회는 ‘일터의 함성’이란 노조 소식지에서 “기업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 총회는 절차상 많은 문제가 있다”며 “현장 투쟁으로 강기봉 사장을 몰아내겠다”고 했다.

발레오는 대법원 판결 후 고객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6년 전 금속노조의 공장 진입에 맞서 벽돌담으로 폐쇄해버린 공장 정문을 다시 열 생각이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위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홍섭 노조위원장은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등 주요 고객사 임직원이 뒷문으로 방문할 때마다 속이 터진다”며 “공장 정문만큼은 속 편히 열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확성기 시위와 제품 운송 방해 행위 등을 적극적으로 막아 달라는 것이다.

강기봉 사장은 “직원들이 정신적 장애를 호소하고 있고 임원회의를 할 때는 소리를 질러야 알아들을 정도”라며 “회사가 아무리 금속노조를 고발해도 그대로”라고 한숨을 지었다. 그러면서 “회사와 상생하겠다는 기업 노조가 금속노조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만 6년이 걸렸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협력업체를 포함해 2500여명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이 회사를 금속노조에 내줄 순 없다”고 강조했다.

발레오전장 '6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 회사 노사는 2014년 6월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동형 임금 체계를 도입한 뒤 주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냈다. 2009년 적자였던 회사는 연간 400억원 흑자를 내고 직원들은 해마다 평균 1000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고 있다. 강 사장은 “금속노조와의 갈등 속에서 임금은 강성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각자의 업무평가 결과를 토대로 받아간다는 공감대가 노조 내부에 형성된 것이 가장 큰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경주=하인식 지식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