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78개 법안 무더기 처리] 3분에 한 건꼴로 뚝딱 처리한 78개 법안
국회는 지난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이어진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등 총 80개 법안을 처리했다. 최대 쟁점 법안인 테러방지법을 처리한 뒤 여야가 나머지 79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총 3시간20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법안 한 건당 상정에서 표결 처리까지 채 3분을 들이지 않은 셈이다. 정쟁에 몰두하던 여야가 4·13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밀린 숙제하듯 법안을 무더기로 털어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생활 침해 논란 자본시장법 통과

이 과정에서 재계가 부작용 우려를 나타낸 법안들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상장회사의 미등기 임원이라도 보수총액(연봉 5억원 이상)이 상위 5명에 해당하면 개인별 연봉과 산정 기준을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사생활 비밀 보호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항공사별로 다르게 운영하는 마일리지 적립 기준과 사용 기준을 공개하도록 한 ‘항공법 일부 개정안’과 관련, 항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당초 항공 마일리지 적립 현황까지 공개하도록 한 국토교통위 안에서 항공운송사업자 영업의 자유와 항공교통 이용자의 권익 조화를 위해 항공 마일리지 적립 기준과 사용 기준을 공개하는 것으로 수정했고, 해외 항공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뒤늦게 포함시키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도 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 적립·사용 기준은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리니언시 적용 기준 강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20개 금융법안도 처리됐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촉법은 2018년 6월 말까지 유지되는 한시법으로 협약채권자의 범위를 모든 금융채권자로 바꾼 것이 골자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법률을 살려놓긴 했지만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져 ‘체육관 워크아웃’으로 변질, 채무조정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정 최고금리를 종전 연 34.9%에서 연 27.9%로 내리는 대부업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대부업법은 기촉법처럼 작년 말로 시효가 끝난 법안이다. 올해 1월1일부터 법 공백이 있던 셈인데 금융위 관계자는 “법 실효 기간 중 연이자 34.9%를 넘어선 대출은 무효”라며 “모두 34.9%로 소급 적용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처벌 감면제) 혜택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이 5년 이내에 새로운 위반행위를 했을 땐 과징금의 감경 또는 면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담합 등 위법행위를 재차 하면서 리니언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면책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조수영/박동휘/황정수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