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20대 청년이 직장 생활로 모은 현금 100만 원과 라면 한 박스를 기부하며 훈훈한 온기를 전했다.

25세라고 밝힌 청년은 지난달 29일 오전 11시께 경북 구미시청 주민복지과를 찾아와 현금 100만 원과 라면 한 박스를 내놓았다.

그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좋은 데 써 주세요"라고 말하고 개인 신상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당시 류은주 구미시 복지자원담당이 기부금을 받으면서 "어느 동에 사느냐? 몇 살이냐? 결혼했나?" 등 몇 가지를 물었으나 "25세 미혼이다"란 말만 했다고 한다.

그는 사무실을 나서면서 "회사에 빨리 가야 한다.

구미시에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 시청을 찾았다"고 밝혔다.

류 담당은 "신장 175㎝에 반코트 캐주얼 차림에 날씬하고 깔끔한 청년이었는데 이름과 사는 동네를 밝히기를 거부해 더는 자세한 신상을 물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과 함께 내놓은 편지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모은 적은 금액인데 좋은 곳에 기부하고 싶다.

제가 미처 돌보지 못한 우리 할머니께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구미시는 기부금을 원평1동의 위기 가구 장모(65·간 질환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배정미 구미시 주민복지과장은 "청년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받은 월급을 모아 기부한 것 같다"면서 "수억 원의 재산가가 기부하는 것보다 훨씬 값지고 훈훈한 기부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par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