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률시장 잠재력 큰 한국, 규제 풀어야 동북아 허브된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로펌에서 법률서비스를 받기 위해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으로 옵니다. 한국에서는 법률시장 규제가 강해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튜어트 클라크 호주변호사협회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호주는 세계적으로 법률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외국 로펌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1964년 미국계 로펌 베이커앤드맥킨지가 처음 들어오면서 외국에 본격 개방됐다. 호주계 로펌은 미국·영국·중국계와 함께 세계 법률시장에서 강자로 통한다. 스튜어트 회장은 호주계 로펌 클레이턴어츠 대표로 변호사 750여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김호철 법무부 법무실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등과 만나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스튜어트 회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한국의 법률시장 3차 개방안에 대해 “규제가 너무 많아 시장을 충분히 개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변호사에게 한국에 180일 이상 머물도록 강제하는 조항이 있는데 얼마나 많은 외국변호사가 다른 나라에서 일할 기회를 포기하면서 한국에서 일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시장 개방을 막는 건 소수 로펌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 법률시장 전체를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개방하면 다수의 한국 변호사가 국제업무를 경험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이대로면 기회를 잃는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회장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 법률시장의 허브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호주 로펌은 시장 개방으로 외국계와 협업을 많이 하다 보니 국제업무에 익숙해졌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젊은 변호사들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국제업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등 선순환 구조가 생겼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회장은 “한국은 언어문제 등 장벽이 있겠지만 두렵다고 개방을 계속 막는다면 문제는 더 악화된다. 개방하면 자연스레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트 회장은 “호주 로스쿨은 학생을 해외로 내보내 연수시키는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한다.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각 지역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잘 알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인력이 많으면 그 나라 로펌은 국제무대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