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학원 시간당 25만원…조종사 패키지과정 6천만원

사설 비행교육원인 한라스카이에어 소속 경비행기가 김포공항에 추락해 교관과 교육생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이 학원에 등록한 교육생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라스카이에어는 제주에 법인을 두고 김포공항에서 경비행기 3대로 교육생을 훈련해 왔는데 2012년부터 환불문제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수십명의 피해자들이 수억원의 환불금을 요구하는 등 여러 건의 소송이 얽혀 있는 가운데 한라스카이에어의 현금부채만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18억원에 이른다.

법원의 재산조회 결과에 따르면 사채 7억7천만원, 4대보험 1억7천만원, 국세체납 2천만원, 급여미지급 2억원, 항공기 임대료 1억2천만원, 공항공사 미납임대료 3천600만원, 미납 사무실임대료 2천500만원, 환불금 2억5천만원 등이다.

특히 부채에 포함된 환불금은 분쟁중인 금액의 일부일 뿐이다.

이 학원 교육생들은 이번 사고로 한라스카이에어의 부도가 예상되자 1인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교육비가 날아갈 처지라며 구제책을 찾고 있다.

여객기 조종사가 되려면 ▲ 군에서 비행을 배우고 15년 의무복무 후 제대 ▲ 항공대·교통대 등 항공운항과에서 120시간 이상 비행 후 ROTC로 임관해 13년 의무복무하거나 교관 등으로 비행시간 채우기 ▲ 미국 등 조종사 유학 ▲ 비행교육원 훈련 등 방법이 있다.

비행시간 200시간을 채워 사업용조종사 자격을 취득하고 통상 부기장 취업을 위해 250시간 이상을 채운다.

비행교육원은 운전학원처럼 운영된다.

주로 직장을 다니면서 조종사를 꿈꾸는 교육생들이 시간당 주중에는 23만원, 주말 25만원을 내고 비행을 배운다.

비행교육원의 조종사 면허취득 패키지 과정은 6천만원 안팎이고 현금을 내면 할인을 해준다.

한라스카이에어 피해자인 A씨는 2012년 230시간 훈련패키지 프로그램을 현금 4천990만원을 내고 등록했다.

다른 직장을 다니며 조종사를 꿈꿨던 A씨는 주말에만 비행훈련을 받았는데 2년간 34시간밖에 타지 못했다.

A씨는 "처음에는 훈련시간을 딱딱 배정해 주더니 신입 교육생들이 들어올수록 훈련시간 배정 자체를 안해줬다"며 "2014년 여름 4천200만원 환불을 요청했으나 아직도 못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본사가 있는 제주지법에 한라스카이에어를 상대로 환불금 반환소송을 내 이기고 이 학원에 소유권이 있는 항공기 1대에 가압류까지 걸었지만 지금껏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다른 비행교육원에 5천만원 이상 교육비를 내고 다녀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다.

A씨는 "환불을 못받고 있는 피해자가 내가 아는 사람만 30명이 넘는다"며 "이번 사고로 지금 다니는 교육생들까지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비행교육원은 자본금 7억5천만원·항공기 1대 이상·항공기 당 조종사와 정비사 각각 1명 이상의 조건만 갖추면 등록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한라스카이에어를 포함해 총 15개의 업체가 50여대의 항공기로 영업 중이며 이 가운데 8개 업체, 17대가 김포공항에서 훈련비행을 하고 있다.

항공 종사자들은 비행교육원의 재정상태가 열악하고 특히 비행교관 다수가 본인의 비행시간을 채우려는 목적으로 최소비용만 받고 훈련생을 지도하기에 체계적인 교육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