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기, 스패너, 육각렌치까지…자전거 절도 '증가세'
경찰 "지구대·파출소 방문, 자전거 등록제 이용" 당부

지난달 10일 오후 10시 40분께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의 한 길가에서 유모(19)군이 자전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자물쇠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집에 갈 차비가 없던 유군은 번호키로 된 자물쇠가 채워진 A(17)군의 자전거를 발견, 훔치기로 마음 먹었다.

주변에는 많은 시민이 지나고 있었지만, 유군은 이에 아랑곳 않고 10분 동안 번호키를 돌려 자전거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유군은 며칠 뒤 "누군가 내 자전거를 훔쳐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유군이 훔쳤던 자전거를 또다시 가져간 사람은 다름 아닌 경찰관이었다.

앞서 피해를 본 A군은 우연히 부천시 원미구 길가에 세워진 자신의 자전거를 발견하게 됐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것이다.

A군처럼 운 좋게 자전거를 되찾은 사례도 있지만,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사건도 많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0분께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최모(17)군 등 13∼17세 청소년 5명이 자전거 절도에 나섰다.

이들은 스패너와 육각 렌치까지 미리 준비해 아파트 계단 난간에 잠금장치로 묶여 있던 B(49·여)씨의 자전거 핸들과 뒷바퀴를 떼서 달아났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등을 토대로 최군 등을 뒤쫓아 모두 붙잡았지만, B씨의 자전거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최군 등은 자신들의 자전거 부품을 고가의 부품으로 교체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물쇠 번호키를 돌려 비밀번호를 맞추거나 절단기, 스패너 등 장비를 이용해 자전거를 훔치는 10대 청소년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27일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도내 자전거 절도 발생 건수는 2013년 3천834건, 2014년 5천899건, 지난해 6천49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경찰에 검거된 전체 절도범 중 10대의 비율은 28%에 달한다.

특히 고가의 자전거가 늘어나고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가능해지면서 10대들의 자전거 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자전거 절도 예방법으로 '자전거 등록제'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자전거 등록제란 모델명을 비롯한 자전거정보 및 소유주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자전거 이력관리시스템에 입력, 도난 시 자전거를 되찾아주는 제도다.

지난 2012년 8월 안양동안서를 시작으로 12개 경찰서에서 시행한 이후 지금껏 자전거 4만7천여대가 등록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각 지구대·파출소에서 자전거 등록을 받고 있다"며 "이력시스템에 등록해두면 자전거와 그 소유주를 비교할 수 있어 도난당한 자전거를 발견했을 경우 손쉽게 주인을 찾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자전거 등록제를 통해 모든 자전거를 찾아줄 수는 없다.

집안이나 건물 내에 자전거를 보관해 도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전거를 야외에 세워둘 때에는 사관절 자물쇠, U자형 자물쇠, 체인 자물쇠 등 절단기로 자를 수 없는 잠금장치를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