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척추 치료, 하버드 의대 협진 시스템 도입"
모두 미쳤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1999년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이었던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사진)은 대학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시험을 봤다. 만 36세였다. 정형외과에 새로 들어가 10년 어린 후배들과 당직을 섰다. 4년 뒤 그는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모두 가진 의사가 됐다. 국내 한 명뿐이다. 그는 “당시 의료계엔 충격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면허를 모두 따는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하버드 의대에서 ‘도전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1997년 그는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병원 스포츠의학과로 연수를 갔다. 재활의학과 회진을 돌다 머리 희끗희끗한 레지던트를 만났다. 40대 후반에 수련을 시작한 의사였다. 2년 동안 수술방도 들어가고 학회도 갔다. 만난 의사 대부분이 정형외과였다. 그는 “환자들을 균형 있게 치료하려면 전문의를 또 따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

두 개의 전문의 면허는 환자 진료에 잘 활용되고 있다. 바른세상병원은 전체 환자의 97%를 비수술로 치료한다. 하지만 꼭 수술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비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서 원장은 “전방십자인대 파열 같은 부상은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며 “바른세상병원은 비수술, 수술을 균형있게 하는 병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뒤엔 근골격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세상병원은 분당에서 유일한 관절 전문병원이다. 시작은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이다. 서 원장은 2004년 8월 현재 병원 건물 2층에 29병상 규모 의원을 열었다. 처음엔 환자가 없었다. 하루 30명을 넘기지 못했다. 환자가 적으니 열심히 설명했다. 정성을 들였더니 소문이 났다. 환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이듬해 6월 서 원장은 세계청소년 축구대회 대표팀 주치의가 됐다. 네덜란드 대회에 따라가 선수들을 돌봤다. 국가대표 주치의로 방송에도 나왔다. 환자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병원 문을 연 지 1년이 되자 혼자서는 감당 못할 정도로 환자가 늘었다. 손기술 좋은 의사 한 명을 충원해 함께 환자를 봤다. 환자가 늘 때마다 의사를 늘렸다. 어느덧 의사는 23명이 됐다. 그 사이 병원은 20배 정도 커졌다. 2012년 서 원장은 런던올림픽 선수단 주치의도 맡았다. 수많은 운동선수가 병원을 찾았다. 그는 “외과의사에게는 손과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초심을 지킨 것이 병원을 키운 힘”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진료실에는 문이 두 개다. 환자가 오가는 앞문과 의사가 오가는 뒷문이다. 뒷문으로 나가면 다른 진료실과 연결된 복도가 나온다. 이곳에서 의사들은 환자 차트를 보며 토론을 한다. 여럿이 고민해 치료하다 보니 다른 병원에서 못 찾은 병을 찾는 일도 흔하다. 서 원장은 “하버드 의대의 협진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며 “관절 척추가 아플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병원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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