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방해죄 요건 안 된다"

지방에 사는 주부 A(47)씨 자매는 지난해 3월1일 자녀를 데리고 서울로 나들이를 나섰다.

이들은 새 학기 대비 쇼핑을 즐기다 오후 4시께 늦은 식사를 위해 강남의 한 지하상가 식당을 찾았다.

식당 입구엔 마침 '오후 2시 이후엔 계란후라이를 서비스로 드립니다'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출출했던 자매는 돈가스와 제육볶음 등을, 아이들은 라면 등을 1인당 하나씩 시키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비스로 준다는 계란후라이는 사람 수보다 적게 나왔다.

A씨는 "왜 계란후라이가 모자라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식당 측은 "라면은 서비스를 안 준다"고 대꾸했다.

저렴한 메뉴라 단가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자매는 "라면에 계란후라이를 안 준다는 말은 문 앞에 안 쓰여있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아이들을 위해 서비스로 달라고 했다.

식당 측이 계속 거부하자 "다른 음식도 맛이 없으니 돈을 낼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면서 고성이 오갔다.

식당이 신고한 지 1시간 만에 도착한 경찰은 A씨를 입건했다.

검찰은 A씨가 '1시간 동안 식당에 머물며 큰 소리로 업무를 방해했다'며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해 사건은 정식재판으로 넘겨졌다.

법정에 온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식당 쪽과 잠깐 말다툼을 벌인 뒤 경찰을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다며 '1시간 업무방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정 증인도 양측이 잠잠하다가 경찰이 온 뒤 오히려 싸웠다고 진술했다.

자매의 말처럼 식당이 '라면은 계란후라이를 안 준다'는 걸 미리 알리지 않은 점도 사실이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민정 판사는 "공소사실대로 A씨가 1시간 동안 식당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판사는 자매의 목소리가 커 다른 손님과 식당 측이 시끄럽게 느꼈을 수 있지만, 이들이 1시간 동안 머문 주된 이유는 업무방해가 아니라 경찰을 기다려 사정을 밝히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식당과 벌인 승강이가 업무방해죄 성립요건인 위력(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힘) 행사로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A씨의 무죄는 확정됐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