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급 출신 총장 선임 잇따라…대학개혁 새바람 분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한림대 총장에 선임됐다. 2007년 2월 한림대 총장에 올라 1년간 일하다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학교를 떠난 김 전 총재가 다음달 2일부터 한림대 경영을 다시 맡게 된 것이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3일 동명대 총장에 임명됐다.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으로부터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 제의를 받았던 오 총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설동근 전 총장에 이어 동명대를 이끌게 됐다.

장·차관급 출신 총장 선임 잇따라…대학개혁 새바람 분다
전직 장·차관 등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대학 경영을 책임지면서 대학가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랜 행정 경험을 통한 경영 능력과 대외 교섭력 등으로 대학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대학 내부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과 맞물린 이공계 정원 늘리기 등 대학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주요 부처 장·차관 출신 대학 총장은 4년제대가 15명, 전문대가 5명 등 20명이다. 지난해에만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동연 아주대 총장(전 국무조정실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김도연 포스텍 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성이 한국관광대학 총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잇따라 대학 총장으로 영입됐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은 취임 1년 만에 지방대(전남 무안 소재)의 한계를 넘어 작지만 강한 ‘강소대학’으로 초당대를 이끌고 있다. 초당대는 항공, 간호, 조리, 공무원 양성 등 특화 분야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취업률에서 91.9%로 전체 4년제대 가운데 1위(산업대 제외)를 차지했다. 2014년 76%에서 15%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박 총장은 ‘총장 추천도서 100선’을 통해 정치, 사회, 역사, 인문, 예술 등 다양한 분야 서적을 학생들이 읽도록 하는 등 인성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제2의 창학’을 추진 중이다. 김 총장은 올해 학생 스스로 과제를 설계하고 제대로 수행하면 학점을 주는 ‘파란학기제’를 도입해 창의적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 총장은 학생들과 한 달에 두 번 정기 티타임을 갖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자신의 외부 강연료 등으로 도입한 긴급지원제도를 통해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 39명에게 2500여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무크(MOOC:온라인 대중공개강좌)와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동영상 강의와 교실 토론식 수업을 결합) 등 정보과학기술(ICT)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텍은 서울대 KAIST와 함께 과학기술에 특화한 무크를 개발하고 있으며, 김 총장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무크 강의를 이수하면 학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구조개혁 등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위 관료 출신 총장들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며 “대학들의 장·차관 출신 총장 영입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