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안티푸라민의 노익장…'패밀리' 전략으로 매출 쑥쑥
유한양행의 첫 의약품 브랜드 ‘안티푸라민’이 83세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연 매출 20억~30억원에 머물던 안티푸라민은 2010년대 들어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 100억원을 넘는 대형 의약품으로 성장해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연간 100억원을 넘어서는 의약품은 대형 품목으로 분류된다. 웬만한 국산 신약도 쉽지 않은 연 매출 100억원 고지를 팔순을 넘어선 안티푸라민이 해낸 것이다.

초록색 깡통의 간호사 마크가 그려진 안티푸라민. 올해 83년째를 맞은 안티푸라민은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의약품 1호다. 국내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채 30년이 안 되고 브랜드 수명은 15년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80세를 넘긴 안티프라민에는 나름의 장수 비결이 숨어 있다.

안티푸라민의 역사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한양행 창립자인 고 유일한 박사가 의사 출신 중국인 부인 호미리 여사의 도움으로 처음 자체 개발한 의약품이 안티푸라민이다. 1926년 유한양행이 설립될 당시는 모든 약품을 수입해 판매하던 시절이었다. 안티푸라민은 유한양행 자체 상품 1호로 출시한 제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처음 안티푸라민은 30여년 동안 녹색 철제 캔에 간호사가 그려진 외형을 고수했다. 1961년 케이스 디자인을 처음 변경하고 간호사의 모습을 안티푸라민 케이스에 그려 넣어 가정상비약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안티푸라민 연고는 외형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왔다. 사용 및 보관의 편리성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에 트위스트캡 형태로 외형을 바꿨다. 1999년에는 로션 타입의 안티푸라민S로션을 출시하고 100mL 용기에는 지압봉도 부착해 환부에 약물을 펴 바르면서 마사지를 할 수 있게 차별화했다.

2010년대 들어 시도한 안티푸라민 패밀리 전략은 깜짝 성장의 핵심 비결이다. 안티푸라민의 파프 제품 5종(안티푸라민파프, 안티푸라민조인트, 안티푸라민허브향, 안티푸라민쿨, 안티푸라민한방 카타플라스마)과 스프레이 타입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까지 출시해 새로운 수요를 파고들었다. 최근에는 안티푸라민의 작은 동전 형태 첩부제 ‘안티푸라민 코인플라스타’와 원하는 만큼 잘라 쓸 수 있어 경제적이고 편리한 ‘안티푸라민 롤파스’를 선보였다. 안티푸라민은 4가지 제형으로 10여종이 판매되고 있다.

안티푸라민 패밀리는 80주년 장수 브랜드임에도 가파른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 20억~30억원에 머무르던 매출은 2011년 50억원을 넘어 2014년에는 1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12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유한양행 마케팅 관계자는 “80년이 넘도록 안티푸라민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덕분”이라며 “장수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를 파고들어 또다시 성장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