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의 23%…강원·경북·전북·전남은 절반 '육박'
교육청들 '시큰둥'…교육부 "기준안 참고해 자체 추진하면 돼"


교육부가 지난해 말 마련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을 적용하면 전국 2천747개 초·중·고교가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학교 5곳 가운데 1곳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21일 교육부 및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말 각 교육청에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및 분교장 개편 권고 기준안을 통보했다.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및 적정규모 학교 육성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 통폐합 대상 학교, 전체 학교의 23%…초교는 절반 넘는 곳도
이 기준안을 적용하면 60명 이하 면 지역 초등학교, 120명 이하 읍 지역 초등학교(중등은 180명), 240명 이하 도시 지역 초등학교(중등은 300명)가 통폐합 대상에 해당한다.

예전보다 적용 학생 기준이 확대됐다.

지금까지 통폐합 권고 기준은 읍면 및 도서벽지 60명 이하, 도시지역 200명 이하였다.

교육부는 대상 학교들을 통폐합하면 재정적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한다고도 했다.

각 시도교육청이 지난해 학교 통계를 토대로 이 기준을 적용, 조사한 결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내 2천747개교가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됐다.

전국 총 1만1천809개 초·중·고교(초등학교 분교 254개, 중학교 분교 29개 등 283개 분교 포함)의 23.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통폐합 대상 비율을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가 30.6%(6천232개교 중 1천907곳), 중학교가 22.2%(3천233개교 중 719개교), 고교가 5.2%(2천344개교 중 121개교)이다.

지역별로는 강원도 673개교의 45.5%(306개교), 경북도 997개교의 46.6%(465개교), 전북도 763개교의 46.0%(351개교), 전남도 898개교의 46.3%(416개교)가 대상에 포함된다.

그대로 시행하면 절반에 가까운 학교가 사라지는 것이다.

나머지 시도의 대상학교 비율도 충북 34.9%, 충남 33.7%, 경남 26.0%, 제주 34.9%였다.

상당수 지역이 도시화한 경기도와 광역자치시에도 통폐합 대상 학교가 적지 않다.

서울 0.6%, 부산 10.4%, 대구 7.8%, 인천 13.1%, 대전 12.2%, 경기도 8.9% 학교가 역시 이 기준에 해당한다.

특히 초등학교는 강원도의 경우 55.8%(394개교 중 220개교), 경북은 54.7%(517개교 중 283개교), 전남은 57.0%(493개교 중 281개교), 전북은 55.8%(421개교 중 235개교)가 통폐합 대상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중학교 역시 50% 안팎이 교육부 통폐합 권고 대상에 포함됐다.

◇ 교육청들 "일률적 통폐합 안돼"…기준 적용 쉽지 않을 듯
시도교육청들은 교육부의 통폐합 권고 기준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상당수 교육청은 재정적 피해가 있더라도 무분별한 통폐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나름대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을 마련했으나, 학부모 및 지역사회 반발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마련과 시설 개선 등을 통해 소규모 학교를 되살리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교육부 권고 기준대로 전국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올해 통폐합을 추진하는 소규모 학교는 전국적으로 거의 없다.

전북교육청은 무분별한 통폐합은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전북교육청 정옥희 대변인은 "(교육부의) 바뀐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전북에 있는 학교 절반이 없어진다"며 "농어촌지역의 학교는 단순한 학교의 의미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경제적 논리에 따른 통폐합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남교육청도 비슷한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재정의 효율성, 교육 여건과 학생의 학습권 보장 등을 고려해 통폐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학부모, 지역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원교육청 역시 주민이 희망하지 않으면 교육부의 통폐합 대상이 되더라도 강제로 통폐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분교 기준인 5명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가 있더라도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통폐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주민이 학생 수가 많은 곳으로 학생을 보내기를 희망하면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도교육청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농산어촌과 도시지역을 구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중장기 학생배치계획, 교과과정 검토, 지역사회 협의 등 3차 선별 과정을 거쳐 대상학교를 선정하고 계획 수립, 여건 조성, 육성 추진 등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소규모 학교 통폐합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교육부의 권고기준안은 시도교육청이 참고하면 되는 것"이라며 "각 교육청은 이 기준안을 토대로 지역별 교육여건 등을 검토해 자체 통폐합 기준과 계획을 만들고 여론수렴 등 절차를 거쳐 학교 적정규모화를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준호 김용민 김경태 김진방 이해용 형민우 신민재 전지혜 박재천 이종민 김근부 한종구)

(전국종합=연합뉴스)